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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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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취업담당관인 김농주(金弄柱)씨는 93년부터 8년 간 25개 직업군의 720여명과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관찰한 그들의 음주행태를 정리한 ‘술자리 리서치’를 9일 공개했다.
▽군 장교〓저녁 식사 때 반주가 5차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 전방 근무자가 후방 근무자에 비해 술실력이 좋다. 이들은 누가 술이 더 센가에 따라 직업적 자신감, 체력, 충성심 등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법조인〓기업전문 변호사들은 주로 호텔에서 양주를 마시는데 비해 판사나 일반 변호사들은 한정식집에서 주로 술을 마신다. 일명 ‘노털카’(술잔을 놓지 않고 단번에 마신 뒤 잔을 털지 않으며 ‘카’하는 소리도 내지 않는 것) 스타일을 즐긴다.
▽의사〓조사대상 직업 중 가장 술을 소란스럽게 마시는 직업군. 가무(歌舞)를 즐기며 폭주(暴酒)하는 경향이 제일 많다. 내과의사들이 가장 소란스럽고 성형외과 의사들이 가장 점잖다. 술자리에서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강하다.
▽축구선수〓소주를 즐겨 마시며 가능한 한 고기를 안주로 한다. 한자리에서 장시간 술을 마시고 술을 통해서 결속력을 다짐한다. 감독과 술을 마시는 도중 자리를 뜨는 선수는 다음 경기에서 주전 선수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엄격한 주도(酒道)를 갖고 있다.
▽교사〓목에 낀 분필가루를 해소하는데 돼지비계가 최고라는 ‘신화’를 초임발령을 받으면 어김없이 듣는다. 홍탁(홍어회에 막걸리)을 선호한다. 한번 정한 술집은 쉽게 잘 바꾸지 않는 보수성도 있다.
▽화가〓혼자 마시는 경향이 있다. 술을 통해 작품 구상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 특히 서양화가들이 동양화가들보다 술자리가 잦다. 큰 사발에 술을 가득 부어 죽 들이켜는 화가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어부〓술 실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직업군이다.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이 술자리에 함께 하려면 반드시 통성명 등 신고를 먼저 해야 끼워주는 등 정서적 배타성이 짙다.
▽교수〓국문과 교수가 다양하게 술을 마시는 편이며 역사학과 교수들이 술자리에서 입심이 가장 세다. 성악과 교수들은 술을 마시면 비교적 말수가 적어진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