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개발원 자료]女박사 비율 '껑충'…女교수 증가 '찔끔'

  •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32분


대학교수 중 여교수 비율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여대생과 석박사 학위자 중 여성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자료가 나왔다.

한국여성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01년까지 4년제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28.5%에서 36.2%로 7.7% 증가했고, 석사학위자 중 여성비율은 10.2%, 국내 박사학위자 중 여성비율은 11.3%, 국외 박사학위자 중 여성비율은 8.7% 증가했다. 1990년대부터 고학력 여성비율이 급속히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여교수의 비율은 국공립대의 경우 8.0%에서 8.8%로 0.8%, 사립대는 13.6%에서 16.0%로 2.4% 증가했을 뿐이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는 여성 교수 비율이 더욱 낮아서 전체 교수 1486명 중 전임 여교수는 104명으로 7%에 불과하다. 서울대 여교수회(회장 정옥자·국사학)에 따르면 이 중에도 절반이 넘는 56명이 인문대 간호대 생활과학대 음대 등 전통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은 일부 단과대학에 편중돼 있고, 법대 경영대 공대 농생대 수의대에는 전임 여교수가 한사람도 없다.

이에 반해 4년제 대학 시간강사 중 여성비율은 26.4%에서 37.5%로 11.1% 증가해 늘어난 여성 박사학위소지자들이 대부분 시간강사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서울대 여교수회가 5년 내에 서울대 여교수의 임용비율을 10%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한 것도 이같은 고학력 여성 푸대접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낮은 여교수 비율이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자 여성부는 국공립대의 ‘여교수 채용목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여성개발원도 교육인적자원부의 용역과제로 6월부터 ‘국공립대 여성 교수 채용목표제 도입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의 민무숙 연구위원은 “특정 분야에서 여교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유능한 여성의 진입 의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원인이 돼 성별 인력구조의 불균형을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여교수회측은 “서울대 여교수의 비율을 여성 학문후속세대의 비율과 같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남성지원자와 같은 자격과 능력의 소유자라면 여성지원자를 우선적으로 임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박사학위소지자 중 여자라는 이유로 교수임용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은 대학가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문후속세대 중 남성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 현실에서 ‘여교수 채용목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교수 임용 지원시 여교수 임용 우대제도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 본 적이 있다는 서울대 최재천 교수(생물학)는 “미국에서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대학교수 임용에서 성적 차별을 극복해 갔다”며 “여교수 채용목표제는 유치하게 보이는 제도일지라도 현재 한국 대학의 현실에서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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