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사이코드라마' 호응

  • 입력 2001년 8월 20일 19시 08분


◇'역할연기'로 응어리 풀어요

‘직장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애인과 싸운 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면….’

남몰래 마음고생을 하는 일반인들의 속을 시원히 풀어주는 곳은 없을까?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로 소극장(02-764-6052·입장료 5000원)을 찾아보자. 95년부터 이곳에서 용인정신병원의 김수동 과장이 운영해온 ‘사이코드라마(Psycho drama·사진)’가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코드라마’란 원래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치료극.

요즘은 일반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여러 갈등을 무대에서 ‘역할 연기’를 통해 밖으로 표출함으로써 마음에 응어리진 감정을 푸는 용도로 널리 전용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대개 2시간 정도.

이곳엔 미리 짜놓은 각본이 없다. 당일 ‘사이코드라마’를 보러온 관객이면 누구나 연기에 참여할 수 있다. 총 30∼40명 관람객 중 5∼6명의 지원자를 뽑아 이 중에서 주인공을 뽑고 주인공의 갈등이 ‘사이코드라마’의 주제가 된다.

20일 주인공으로 참가한 회사원 이모씨(26)는 자연스럽게 연기에 빠져들면서 그동안 어머니에게 서운했던 감정을 토로했다. 반대로 어머니 처지에 서서 자신을 꾸짖기도 한다.

이씨는 “이 역을 하면서 내가 모든 일에 자신이 없었고 어머니의 행동을 왜곡되게 받아들였던 사실을 깨달았다”며 “지금까지 괜히 혼자서 마음 고생한 것을 느낀 순간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기뻐했다. 김 과장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사이코드라마의 반응이 꽤 좋은 편”이라며 “사이코드라마의 큰 장점은 주인공이 ‘역할 바꾸기’를 통해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냄으로써 끝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