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유인종 서울시교육감 '자립형 사립고' 공약했었다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3분


교육인적자원부가 빠르면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자립형사립고에 대해 정면 반대하고 나서 혼선을 빚게 한 서울시교육청 유인종(劉仁鍾) 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감 주요 공약 실천계획’ 문건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교육감 선거에서 제시된 주요 공약을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부모들이 원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활력을 찾는 학교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학교 등 4가지로 분류했다.


이 문건은 지난해 7월26일 실시된 교육감 선거에서 유 교육감이 재선된 뒤인 8월 시교육청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모두 8쪽 분량이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학교’ 항목에서 시교육청은 “교육정보화 및 영어구사능력을 신장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제고, 대안학교, 자립형사립학교, 통합형고교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예산담당관실은 “이 같은 주요 공약사항을 실천하기 위해 주관 부서별로 세부 실천계획을 2000년 9월27일까지 제출하고 소요예산이 포함된 사업이 확정되면 별도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입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대입제도 변화 등 여건이 성숙되면 도입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2003년부터 자립형사립고를 시범운영할 계획이고 유 교육감의 임기가 2004년 8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신 없이 ‘공약(空約)’을 남발했거나 그 뒤 ‘소신’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는 8명의 후보가 난립했고 유 교육감 외에 다른 후보들도 대부분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육감은 9일 “서울시민에 의해 선출된 교육 책임자로서 일부 계층이 요구한다고 해서 대다수 시민의 여망을 저버릴 수 없다”며 “자립형사립고를 희망하는 학교들이 신청을 하더라도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또 10일 최희선(崔熙善) 교육부차관과의 면담에서 “자립형사립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 내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편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교육감 협의회가 16일 열릴 예정이어서 유 교육감이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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