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신교계 물밑 자리다툼…교단·유력후보들 신경전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1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와 기독교방송(CBS) 사장, 대한기독교서회 대표 등 개신교 연합단체장 ‘빅3’의 임기만료가 내년초로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이 자리를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KNCC 총무와 CBS 사장의 임기만료는 내년 2월, 대한기독교서회 대표의 임기만료는 내년 4월이다.

빅3 연합단체 중 KNCC가 최근 실행위원회에서 8개 가맹교단에서 각각 1명씩 추천한 8명으로 총무인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가장 먼저 선거국면에 진입했다. KNCC 인선위원회는 10월까지 후임 총무 선출안을 실행위원회에 상정, 후임 총무를 선출하며 11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인준을 받는다.

94년 권호경 현 CBS사장의 뒤를 이어 총무로 취임한 김동완 목사는 두차례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이번에는 물러나야 한다. 권 목사가 KNCC 총무를 마치고 바로 CBS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선례에 비춰 김 총무는 차기 CBS 사장 자리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주변에서 보고 있다.

그러나 CBS 관계자는 “차기 사장으로 감리교의 김동완 총무와 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의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권호경 목사의 유임설도 나오고 있다”고 밝혀 김 총무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특히 기독교장로회의 권 목사가 CBS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본래 사장은 예장 통합측이 맡을 차례였으나 인 목사가 밀렸기 때문에 인 목사측에서 ‘권리’를 강력하게 내세우고 나올 수 있다.

CBS 사장은 원칙적으로 재단이사회를 구성하는 교단들간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나 1년여를 끌어오다 최근 종결된 CBS 파업사태를 통해 권 사장이 정치권과 밀착 관계에 있었음이 밝혀져 이 자리에도 정치적 변수가 작용하지 않나 하는 의혹을 던져줬다.

KNCC 관계자는 “김동완 총무가 작년말 한국교회 평화선교상을 제정, 독단적으로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이 상을 주려고 했다가 내부의 반발에 밀려 시상을 취소한 것이나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 국면에서는 천주교 불교 등의 명시적 동의도 받지 않고 무리하게 7개 종단 지도자 명의로 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 등은 총무 자리를 끝낸 이후의 거취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기 KNCC 총무 자리의 순번은 예장 통합측이다. 통합측에서는 현 KNCC 부총무를 맡고 있는 백도웅 목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성원 목사를 불러들여 총무 자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통합측 관계자는 “권호경 목사, 김동완 목사가 차례로 총무를 역임하면서 KNCC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며 “차기 총무는 KNCC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보수교단과의 교회일치운동에 나설 수 있는 박 목사같은 참신한 인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98년 대한기독교서회 대표으로 취임한 김상근 목사는 현재 제2건국위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목사는 1년정도 임기를 연장한 뒤 내년 10월로 임기가 끝나는 CBS 재단이사장으로 갈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김목사가 대표의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해 제2건국위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을 문제삼아 임기가 끝나는 대로 교체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기독교서회는 찬송가 판매이익금 등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올해 중 새찬송가 책이 나올 예정이어서 내년에는 그 역할이 중요해진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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