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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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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날 오전 KBS의 박권상(朴權相) 사장 등 KBS 관계자 8명에게 각각 ‘방송사퇴 서한’을 제출하고 각 언론사에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사퇴서를 배포했다. 김씨는 사퇴서 배포 직전 일본으로 출국했고,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 휴식을 취한 다음 한 달 후 귀국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KBS ‘도올의 논어이야기’는 이번 주부터 방송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9월까지 총 100강을 하기로 예정돼 있으며 지난주까지 64강이 방송됐다.
김씨가 스스로 밝힌 방송 중단의 변은‘TV강의로인해자신이지나치게 권력화 우상화되고 있고, 그로 인해 학자의 본분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제 학자로 돌아가 학문연구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방송 사퇴 결정이 “도피가 아니라 정당한 단절”이라면서 “한 선비가 자신이 권력화되어 가고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도구가 될 때 가차없이 지위를 사양하고 낙향하거나 은거하는 것은 우리 유학의 유구한 전통”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사퇴 결정은 제작진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를 담당하는 박해선 PD는 19일 김씨와 지난 회 방송 내용에 관해 전화통화를 했을 정도로 전혀 몰랐다는 것.
KBS측은 당황해하며 어이없어하는 분위기다. KBS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하루아침에 편지만 보내고 직접 연락조차 하지 않은 채 방송을 그만두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위가 아니냐”고 말했다. 또 KBS 주변에서는 “도올이 100강까지 강의를 끌어가는 것이 힘들었던 게 아니냐” “프로그램이 이제 절정을 지나 내리막길만 남아 있으니 그만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김씨의 제자인 통나무출판사 관계자는 “선생님께서 스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좋아하면서도 상당히 부담을 느끼신 것은 사실이며 평소 ‘이렇게 계속 가다간 결국 타락하고 말 것 같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면서 “시청자와의 약속에 연연해 강의를 계속하는 게 오히려 사기라고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강수진·이광표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