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硏 "감은사 동탑 사리 문무왕 것 추론"에 반론 제기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51분


감은사지 동3층 석탑에서 나온 사리함
감은사지 동3층 석탑에서
나온 사리함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경북 경주 감은사지 동탑(7세기말)의 사리는 신라 문무왕의 사리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자 불교계와 미술사학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감은사지 서탑엔 부처님의 사리를, 동탑에는 문무왕의 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즉 서탑은 부처로 대표되는 출가자를, 동탑은 당시 재가불자(在家佛者·출가하지 않고 속세에 있으면서 깨달음을 얻는 불자)의 대표로 추앙받던 문무왕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연구소가 밝힌 이 같은 추론의 근거는 △중국 둔황 석굴에 재가 불자를 대표하는 유마거사가 문수보살과 대담하는 장면을 묘사한 조각이 있는데 이들이 앉아 있는 의자 등 가구가 감은사 동탑의 사리기(舍利器) 내함(內函)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점 △동탑 사리함에 용 조각이 달려있는데 이것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문무왕을 상징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조계종이나 불교미술사학자들은 불교의 교리를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견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탑은 기본적으로 부처님 사리를 봉안하는 곳이다. 문무왕은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부처가 아니다. 부처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사리를 탑에 넣는 것은 불교의 교리에 어긋난다. 또한 문무왕이 사리를 남겼다는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석탑이 무엇인지 그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보고서”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가기관이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이런 추론을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은 이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을 피하고 불교 학술지인 ‘성보’에 반박 혹은 비판의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미술사학자도 “고승대덕의 사리를 봉안하는 부도가 등장한 것은 9세기에 들어서부터”라고 밝히면서 “문무왕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그 이전인 7세기에 그의 사리를 감은사지 동탑에 봉안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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