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 올 화두 아줌마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42분


◇"주부 마음 잡아야 성공"-상품개발,판촉 선봉으로

아줌마 부대가 주택업계를 움직이고 있다. 재건축 수주부터 분양, 하자보수, 설계, 리모델링에 이르기까지 아줌마를 빼면 주택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집을 짓고, 팔고, 고치는 모든 과정이 아줌마의 손길을 거친다. 업체들이 사활을 건 수주전의 최전선에 ‘아줌마 부대’가 있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수주전의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설계-하자보수에도 참여

올 1월 초 서울 서초구 서초 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 사무실. 이 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나선 A건설 김모과장이 B건설 관계자에게 “아직 활동기간이 아닌데 벌써 나서면 어떡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B건설 관계자는 “단지 내에서는 활동한 적이 없어요”라고 대답하며 반발했다. 이들이 말하는 활동은 ‘주부 모니터 요원’을 동원한 재건축 홍보전. 공식 홍보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경쟁 업체가 주부를 동원한 홍보전에 나섰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주택부분의 올 마케팅 전략은 한마디로 ‘아줌마’다. 주부 입맛에 맞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주부의 활동영역을 모델하우스 도우미에서 설계와 리모델링으로 확대했다.

주부 설계는 단연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주부를 대상으로 ‘설계 공모전’을 실시한다. 주부가 직접 구상하고 설계한 아파트를 짓겠다는 얘기다. ‘21세기 위원회’는 이 회사의 아줌마 마케팅의 초점. 모두 주부인 디자이너 교수 건축사 등으로 구성돼 상품개발과 판촉 등을 맡고 있다.

◇"효과만점" 미혼여성보다 우대

집 고치는 데도 주부가 나선다. 삼성은 주부 10여명을 ‘개보수 어드바이저’로 채용해 아이디어 제안, 고객상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조성찬 상무는 “주택은 여성의 영역”이라며 “여성부 신설에 맞춰 주부 마케팅을 강화한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의 하자는 주부가 잘 안다.’ 이는 롯데건설이 주부로 구성된 하자보수팀을 꾸린 이유다. 롯데는 2월부터 주부 하자보수팀인 ‘고객서비스지원단(LSP·Lady’s Service Part)’을 운영하고 있다. 하자보수 전문가인 남명화 팀장을 비롯한 13명의 주부가 입주 전 사전점검과 하자보수를 맡고 있다.

주택업계에 주부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일당’도 미혼 여성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우미의 60%를 주부로 바꾼 LG건설은 미혼 도우미보다 주부들에게 일당을 50%나 더 주고 있다. 신도림 LG빌리지 김철호 분양소장은 “주부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고객이 많다”며 “돈을 더 줘도 효과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아파트가 확산되는 것도 주택업계의 아줌마 군단을 늘리고 있다. 사이버 아파트에서 필요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작가, 리포터 등을 주부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 금호 롯데 등 건설업체와 정보통신업체가 참여한 ‘테크노빌리지’는 올 초 자사 인터넷 방송 ‘ENHome TV’의 진행 요원을 모두 주부로 선발했다.

◇업체마다 수십명씩 '군단'형성

대형업체들이 활용하고 있는 주부 인력은 업체별로 줄잡아 50여명. 분양철이나 재건축 수주전에 돌입하면 업체마다 아줌마 부대는 100여명을 넘어선다. 업체 관계자들은 “주부가 주택 선택의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어 주택업계에서 주부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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