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술깨는 음료'…시판제품 별 효과 없어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44분


애주가들에게 인기를 끌어온 상당수 숙취해소음료가 실제로는 숙취해소 효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극히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김찬우(金燦于) 김홍신(金洪信)의원이 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식약청 산하 국립독성연구소가 5월 9개 숙취해소음료 판매업체의 자체 임상시험자료를 제출받아 평가한 결과 9개사 제품 모두 숙취해소 효과가 없거나 그 효과를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숙취해소음료시장의 전체 매출액의 70%가량을 차지한 제일제당 ‘컨디션’의 경우 에탄올의 농도감소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숙취해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대상㈜의 ‘아스파’의 경우도 상용량인 1, 2병으로는 숙취해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상용량을 훨씬 넘는 5병을 마셨을 경우에만 숙취해소 효과가 나타났다.

또 조선무약의 ‘솔표비즈니스’는 혈중 에탄올농도가 평균 11%정도 밖에 감소하지 않아 숙취해소 효능이 미미했다.

이밖에 다른 6개사 제품은 아예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거나 임상시험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기준 미달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이들 음료는 식약청의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시 군 구 등에서 영업허가와 품목제조허가만을 받아 생산돼 왔다. 식약청은 앞으로 자체 평가기준을 만들어 이들 제품의 효과를 재검사하는 한편, 숙취해소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허위 및 과대광고로 처벌할 계획이다.

95년 처음 선보인 숙취해소음료는 지난해 1684만병 202억원어치가 팔렸으며 올해 8월까지 1563만병 177억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제일제당 관계자는“혈중 에탄올농도 등에서 수치상 눈에 띄는 변화가 안 나타난 것은 사실”이라 면서도 “수치로 재기는 어렵지만 속쓰림 두통 메스꺼움 등 숙취증세 해소에는 분명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