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이클 크라이튼의 '타임라인'

  • 입력 2000년 7월 21일 18시 33분


인간의 ‘원격 전송’에 대한 이야기? 언뜻 황당무계하게 느껴졌던 영화 ‘더 플라이’가 떠오른다. 중세로 뛰어든 현대인들의 모험담? 프랑스영화 ‘레 비지퇴르’(비지터)같은 가벼운 코미디는 아닐까….

그러나 아니다. 새 소설 ‘타임라인’(김영사 전2권)은 ‘쥬라기 공원’의 원저자 마이클 크라이튼이 지난해 발표한 최신작. ‘상식’을 뛰어넘어 전문적이고 풍부한 과학지식을 정교하게 얽어매는 솜씨가 크라이튼 특유의 영상적 상상력 속에 증폭돼 책에서 시종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따금씩 울리는 전화벨소리도 훨씬 성가시게 느껴질 만큼.

미국 애리조나의 사막에서 발견돼 병원에서 급사한 한 노인. 놀랍게도 그의 단면사진은 몸을 잘라 되붙인 듯 미세하게 어긋나 있다.

무대는 바뀌어 남 프랑스의 한 유적 발굴현장. 6세기 전의 유적 속에서 현대인의 안경과 필적이 발견되면서 발굴단은 경악에 휩싸인다. 세 명의 대학원생은 사라진 존스턴 교수를 구하기 위해 중세로의 전송장치에 뛰어들고….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둘러싼 14세기 전쟁속에 현대의 학자들이 뛰어들면서 소설은 과학과 역사, 지적 탐구와 화약내음 자욱한 모험 속을 넘나든다.

양자역학, 중첩현상 등에 대한 풍성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설명은 전통적 인과율(因果律)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무열 옮김. 각권 410쪽 79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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