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育兒일기 엄마처럼 썼죠" …새내기 여대생 이은수씨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10살 터울이 나는 언니가 동생의 ‘이쁜 짓’을 책으로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새내기 여대생 이은수씨(19·숙명여대 정법학부 1년)가 1991년 8월 16일부터 94년 4월 15일까지 2년 8개월동안, 여동생 주영(9)이 태어난 순간부터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며 아파트 아래층에서 항의전화가 올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생의 크는 모습을 담은 ‘언니의 육아일기’.

주영이 태어난 91년은 아버지 이형석씨(51·법무법인 한백 공동대표)가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재직하다 일본으로 1년간 연수를 떠났을 때였다.

어머니 하인수씨(43)를 따라 100일기도를 함께 했을 만큼 동생을 보고 싶어했던 은수씨는 그해 8월 16일, 분만실에 들어간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흔들어 깨우는 아버지의 손길에 눈을 뜬 그는 동생 주영의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1991년 11월 19일.…주영이가 많이 컸는지 자기의 손가락을 본다.’ ‘1992년 5월 20일. …주영이가 머리로 내 코를 쳤다. 나는 주영이에게 밉다고 했다….’

이국생활 속에서 부모님이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가족사진을 들고 기차역으로 나가 목이 쉬도록 엄마 아빠를 부르며 눈물을 쏟던 여린 가슴, 어머니를 도와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느끼는 혈육에 대한 깊은 정이 그대로 들여다 보인다.

“일본에서 만난 10년 아래의 동생이라 각별했어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부모님과 동생뿐이었거든요. 엄마가 낳은 ‘나의 자식’이란 생각으로 일기를 썼어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주영은 그러나 가끔씩 이런 언니의 사랑을 잊을 때가 있다. “TV에 너무 가까이 앉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면 “언니가 뭔데 그래?” 대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옆에 있던 아버지는 “언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일기를 봐서 알고도 그러느냐?”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주영은 그 자리에서 “언니, 미안해”하며 사과를 하고.

“나중에 제 자식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면 첫째에게 육아일기를 쓰게 하고 싶어요. 동생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록해 ‘어린시절’을 선물하게 하고 싶습니다.”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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