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완서, 자전적 산문집 '아름다운 것은…' 펴내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작가 박완서의 대표산문이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나왔다. 77년 발간된 첫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이후 일곱 권의 산문집 중에서 작가 자신이 추린 글을 묶었다.

따뜻하면서도 녹록치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깐깐한 그의 면모를 드러내주는 글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비롯한 자전적 소설이 보여주듯,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산문과 소설 사이에 뚜렷한 경계를 갖지 않는다.

잔잔한 기억과 일상의 일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사실에서 따끔한 깨우침을 이끌어내는 절묘한 솜씨와 마주치게 된다. 집집마다 수도관이 얼어터진 겨울날, 골목에 함부로 쌓인 공사 폐기물에 눈흘기다 보면 사람들 사이 오해가 빚어지는 과정에 눈을 돌리게 되고, 말 배우는 손자에게서 산 ‘입김’이 어떤 교양이나 지식보다 중요함을 깨닫는다. 그다지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지난 시절의 기억이 행간을 수놓으며 아련한 감상으로 다가온다.

“내가 작가로서 통과해온 70년대, 80년대, 90년대가 짙게 묻어나 있는 글들이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우리가 살아낸 시대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문득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무의미한 현실도 좋은 추억이 있으면 의미 있는 것이 되고, 나쁜 기억도 무력한 현재를 고양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사 펴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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