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펴낸 김추기경]"DJ에 YS전철 밟지말라 건의"

  • 입력 1999년 10월 19일 22시 42분


최근 회고록을 펴낸 김수환(金壽煥·77)추기경이 19일 오후 기자간담회 형식을 빌려 자신의 근황과 역대 대통령과의 인연 등을 소개했다.

김추기경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해 “취임전 한 측근과 만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으며 이는 취임 초기의 인기를 과신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대통령 측근에게 “대통령을 옆에서 모시는 사람들이 과연 직책을 걸고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추기경은 “후에 김대중대통령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도 측근에게 말한 것과 비슷한 내용을 말했으며 김대통령이 이에 대해 훌륭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김대중대통령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논리적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김대중대통령이 취임 초기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의 위기를 극복하며 상당한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들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만큼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삼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높은 인기 속에 출발했지만 한국병을 고치겠다는 의욕과 달리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국민에게 아픔을 준 대통령으로 기억된다”고 평가했다.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의 견인차였지만 군사독재를 시작해 오랫동안 비극을 자아냈다”고,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에 대해서는 “재직 기간도 잠시였고 대통령으로서의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또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에 대해 “광주 비극의 당사자라는 원죄를 안고 있지만 주변 사람은 잘 활용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고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 대해서는 “군출신이긴 하지만 직선 대통령으로서 나름대로 한다고는 했지만 좋은 평가는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종교지도자로는 최초로 29일 서울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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