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本報연재 만화 '도날드 닭', 단행본 발간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00분


“닭이냐 오리냐”“침은 왜 흘리느냐”

‘포스트모더니즘 만화의 정수’라는 찬사와 ‘썰렁하다’는 소리를 함께 들으며 지난해 1년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이우일(31)의 만화 ‘도날드 닭’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홍디자인 출판부 발간. ‘도날드 닭’의 캐릭터는 미국의 유명한 ‘도널드 덕(오리)’에 촌닭을 결합시킨 모습.

연재가 끝나고 8개월이 지났는데도 그의 만화를 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고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만년 백수, 괄세 받는 가장, 왕따 당하는 학생 등으로 변신하는 ‘도날드 닭’은 외계인같은 정치인, 위선적인 직장상사를 ‘알듯 모를 듯한’ 유머로 비웃고 조롱한다.

“이 만화는 세상의 부조리를 이리 저리 재는 이성적인 시사풍자는 아니다. 대신 자신의 눈에 비치는대로 세상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솔직발랄함이 끈질긴 생명력이다.” (만화평론가 이명석)

이우일은 홍익대 미대 재학시절 만화동아리 ‘네모라미’에서 활동하던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93년 만화집 ‘빨간 스타킹의 반란’을 펴내 국내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원조로 꼽혔다.

연재를 마쳤지만 캐릭터 ‘도날드 닭’은 이미 사회적으로 유명해졌다. 수많은 잡지에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로 등장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스티커로도 만들어졌다.

이우일은 지난 7월부터는 인터넷 ‘딴지일보’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특유의 성적(性的) 상상력과 파격적 유머가 특징인 이 만화는 네티즌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누들누드’의 작가 양영순(29)도 이 만화를 보고 최근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제가 졌습니다.”

“참 묘한 건 그의 만화를 들여다보면 십중팔구 피시식 웃게 된다는 것이다. 더 묘한 건 웃고 있으면서도, 왜 내가 웃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의 만화를 ‘허무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기’로 해석한다.” (김어준·딴지일보 발행인)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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