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東亞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소감]윤성희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29분


나는 부산행 기차에 있었다. 당선을 알리는 전화가 집으로 걸려왔을 때, 나는 기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음료수를 마시거나 했을 것이다. 정확히 그 시간에 무엇을 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몸을 뒤척일 때 가슴 속을 무엇인가가 따끔거리며 지나가지 않았고, 지나가는 풍경이 유난히 살갑게 보이지도 않았다. 만약 기차를 타기 전에 당선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면, 그 풍경들은 어떤 의미로 내게 다가왔을까.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나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걸었다. 가만히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그 모습이 참 외로워 보인다. 한쪽 발이 땅에 닿는 동안 다른 한쪽 발은 허공에 떠있어야 하는 ‘걷다’라는 행동은 나를, 사람들을 외롭게 만든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우리들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서 있어도, 얼굴에는 혼자라는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언제나 외발일 수밖에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을 내 마음 속으로 끌어오고 싶다. 앞으로 내가 쓴 소설은 ‘걷는 중’이었으면 좋겠다.

졸업을 하고도 한동안 서성거려야 했던 명동의 조그만 그 학교와 교수님이 아니었으면 어찌 내가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부모님과, 박기동교수님 그리고 초라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숙여 감사 드린다.

△73년 경기 수원 출생 △청주대 철학과,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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