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촌동 노숙자쉼터「희망의 집」,이웃에 「보은잔치」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21분


서울 강서구 등촌1동 종합복지관(관장 나철호·羅哲浩)의 노숙자쉼터인 ‘희망의 집’ 회원들은 23일 이날 밤 열리는 한 행사를 준비하느라 종일토록 부산했다. 이날 행사는 노숙자로 내팽개쳤던 삶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어준 분들을 위한 작은 보은의 자리.

“우리를 따뜻하게 보듬어준 주민과 관계자분들께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능숙한 솜씨로 고구마를 썰던 한식주방장 출신의 오명준(吳明俊·37)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씨 등 이곳의 회원 22명은 9월초까지만 해도 모두 노숙자였다.

차가운 대합실에서 소주로 절망을 달래던 무렵 서울시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이곳에 수용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웃 주민의 시선은 따뜻했다. 동치미를 담가 가져왔고 옷을 걷어 나눠줬다. 노인들은 경로당을 선뜻 숙소로 내놨고 서울 보라매병원과 인천길병원 백가정병원 등에서는 무료로 치료를 해주었다.

회원들도 하나둘 마음을 잡기 시작했다. 스스로 술을 줄였고 규율을 세웠다. 또 가족에게 공공근로사업에서 번 돈을 송금했다.

복지관 정영(丁榮·36)상담사는 “회원들은 새벽부터 동네를 청소하고 우범지대의 불량배들을 앞장서서 막고 있다”면서 “우리 동네에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라고 자랑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주민 시청 및 구청 병원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밤늦도록 계속됐다. 격려와 감사함이 오고가는 오붓하고 따뜻한 자리였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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