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버려진 아이키운 부모 친자포기 소송 기각

  • 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24분


‘부모도 딱하지만 아이가 더 딱하다.’

집앞에 버려진 아이를 8년간 친자식처럼 키워온 부부가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이를 포기하려 했으나 법원이 계속 키우라는 결정을 내렸다.

A씨 부부는 90년 8월 포대기에 싸여 “잘 키워주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대문 앞에 버려진 갓난아이를 발견했다. 87년 결혼했으나 3년넘게 아이가 없어 고민하던 이들 부부는 이 아이를 ‘하늘의 선물’로 알고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한 뒤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러나 아이는 다섯살이 되도록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진단결과 자폐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2년여에 걸쳐 특수학교까지 보내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이의 증세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금슬좋던 부부간에도 불화가 생겼다. 이들 부부는 결국 아이를 호적에서 삭제하기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이 아이가 친생자가 아님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가사16단독 김정원(金正元)판사는 27일 “A씨 부부가 친생자로 출생신고한 이상 아이를 입양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자폐증은 파양(罷養·양자관계를 깨는 것)의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자폐증 아이를 떠맡게 된 부모도 딱하지만 A씨 부부로부터 버림받으면 갈 곳 없는 아이가 더 딱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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