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동화」

  • 입력 1998년 9월 28일 18시 41분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마침내,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미녀 스스로 악마의 저주를 풀고 일어선다. 이 책의 동화 어디에도 멋진 왕자님이 연약한 공주를 구해낸다는 ‘신데렐라’의 환상은 찾아볼 수 없다.

칼을 쳐든 살인마를 똑바로 보고 총을 쏘는 ‘왕비와 살인마’. 친구의 흉계에 빠져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전사의 아내’. 남편의 학대에 집을 뛰쳐나와 새 세상을 열어가는 ‘세 개의 작은 알’….

동화 곳곳에선 여자들이 은근슬쩍, 죽은 남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아일랜드 장송곡과 같은 유머와 저항의 정신이 번득인다.

정신과 의사이며 심리학자인 저자.그가 매편의 동화에 꼼꼼한 해설을 곁들이며 ‘잠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대 문명은 지나친 남성 에너지 때문에 ‘앓고’ 있지 않느냐는.폭력과 권력의 남용, 경쟁과 무분별한 욕망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과잉 분비하고 있지 않느냐는.

그리고 정말이지, 여성의 소외가 세상을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립이라는 깊은 잠 속에 끌어넣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공경희 옮김. 황금가지. 8,000원.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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