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부모대회 수상 문갑순씨 『사랑은 기적을 만듭니다』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22분


정신장애 아들을 돌보고 있는 문갑순(文甲順·55·서울 마포구 도화2동)씨. 이웃들은 하반신을 잃은 남편도 부양해야 하는 그녀를 “기적을 만드는 강한 어머니”라고 말한다. 그 고단한 삶과 장애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대해….

74년 3대 독자 배종준씨를 낳았으나 몇 년 뒤 정신지체아로 판정됐다.

아들은 세 살이 넘도록 걷질 못했다. 남편마저 사업에 실패해 가족이 3평 남짓한 집에서 살다보니 아들의 다리 힘을 기를 운동기구 하나 마련할 수 없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아들이 노는 방에 쌀을 쏟아놓은 뒤 아들의 키높이 만한 쌀통에 퍼담는 훈련을 시켰다. 그렇게 두 해. 다섯 살이 된 종준이 뒤뚱뒤뚱 걷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여덟살때 종준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뒤 그녀는 용변을 스스로 가리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상시대기하면서 학교화장실 청소 등을 도맡아 했다. 그래서 아들이 6년 개근상을 손에 쥐었다.

아들이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그녀의 일상은 마찬가지였다. 2천만원 전셋집에 살면서도 종준이를 속셈학원에 데려가 정상인의 학습 코스를 걷게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련이 또 닥쳤다. 96년 남편이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되고 그후 2년 뒤에는 고혈압으로 상반신의 반이 다시 마비된 것이다.

문씨는 21일 한국장애인부모회가 주관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제14회 전국장애인부모대회’에서 ‘올해의 장한 어버이’로 선정돼 상패를 받았다. 문씨는 이날 “장애인 아들과 남편이 나에게 인간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주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문씨와 같이 장한 어버이로 선정된 장애인 부모들은 모두 5명. 신동욱(申東旭·46) 유계희(柳桂熙·44) 정재경(鄭在京·46) 박숙자(朴淑子·44·여)씨 등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주변의 장애인을 자식같이 보살펴 이웃에게 감동을 준 주인공들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김용준(金容俊)헌법재판소장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부장관과 전국 장애인 부모 등 1천여명이 참석해 장한 어버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정위용기자〉jevi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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