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인생은 짧다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13분


▼인생은 짧다/요슈타인 가아더

작가가 남미의 한 고서점에서 라틴어로 쓰여진 낡은 편지묶음을 발견한 것은 기적이었다. 발신인은 플로리아라는 여인, 수신인은 교부(敎父)철학의 대부이며 ‘고백록’을 쓴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

플로리아는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신앙에 귀의하기 위해 버렸다고 술회한 동거녀. 여인은 ‘고백록’을 조목조목 짚으며 자신의 영혼구제를 위해 배우자를 버린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중성, 정신만을 찬미하며 인간의 정직한 감성을 묵살한 당대 신학을 비판한다.

‘우리 현실과 다른 실재는 존재하지도 않아요! 당신 주위에 세상이 있다는 건 아직 보이시나요? 인생은 짧아요. 우리는 오직 이곳에서 이순간만을 살 수 있겠지요.’

편지는 허구. 그러나 속았음을 아는 순간에도 허탈함보다는 서양고전철학의 핵심논제를 소설로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에 더 감탄하게 된다.

이용숙 옮김. 현암사. 6,000원. 175쪽.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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