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 이작품]지용수의 「기-춤」연작

  • 입력 1998년 9월 6일 18시 52분


중견 작가 지용수씨(48)의 ‘기(氣)―춤’연작.

10여년간 강강수월래 탈 부채춤 등 민속춤을 소재로 ‘한국성’을 탐색해온 작가의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한국성 모색을 위한 제안’.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상갤러리(02―730―0030).

‘기―춤’시리즈의 모티브는 중국 지린성(吉林省) 통거우(通溝)지방에 있는 고구려 고분 무용총의 벽화. 작가는 12명의 남녀가 흥겹게 춤추고 있는 벽화를 보고 무릎을 쳤고 그 이후로 이를 현대적으로 형상화하는데 매진해왔다.

‘기―춤’연작은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지씨는 한국성을 그렇게 본 것이다. 신명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일정한 운율로 흐드러지는 춤사위. 한국적 미감을 절제와 은근의 미로 보는 관점과는 다르다. 지씨는 “흥이랄까, 신바람은 우리 민족이 지닌 열정”이라며 “한국성을 지나치게 고정된 틀에 가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지씨가 한국성을 찾기 시작한 계기는 86년 미국 시애틀 전시의 실패를 겪고 나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표정이 썰렁했다. 왜? 전시중 미국 인디언의 민속촌을 둘러본 그는 자신의 그림에 ‘한국’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아무도 한국, 한국적인 것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더라”는 것. ‘기―춤’연작은 이같은 고민 끝에 나름대로 한국의 혼을 심어가고 있는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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