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계 여름나기]대작-여성창작집으로 승부수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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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카드를 내놓고 일전을 벌일 것인가, 아니면 복지부동으로 이 여름을 넘길 것인가.’

지난해 연말 출판유통업체의 연쇄부도 이후 바닥 모를 불황의 늪에 빠진 문학출판계. 여느 해 같으면 각 대학의 방학을 신호탄으로 ‘여름시장’이 뜨거워질 때지만 올여름엔 북풍한설이 몰아친다.

더 이상 졸라맬 허리도 없는 문학출판사들은 속속 ‘히든카드’를 꺼내 승부를 거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첫번째 전략은 대작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

대작경쟁에서 고지를 선점한 것은 해냄의 ‘천년영웅 징기즈칸’. ‘토정비결’의 밀리언셀러 작가 이재운의 대하역사소설로 8부작중 3권이 먼저 선보였다.

소설 징기즈칸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이라는 틀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사실(史實)들의 뜨거운 입김으로 가득하다. 시종 긴박감을 준다. 역사를 역사가의 손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소설가의 오기와 뚝심이 느껴진다.

부도피해가 심했던 문학동네는 지난해 연말부터 출판시기를 놓고 고심하던 ‘나폴레옹’을 마침내 여름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막스 갈로가 집필한 이 대하소설은 프랑스에서 ‘나폴레옹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역작.

상반기 내내 출판이 뜸했던 세계사는 이인화의 ‘초원의 향기’와 장 폴 카우프만 작 ‘나폴레옹’을 내놓는다. ‘초원의 향기’는 95년 동아일보 연재소설로 만주벌판까지 영토확장의 꿈을 펼쳤던 선조들의 웅혼한 삶을 그린 장편역사소설. 작가가 두차례 현지답사를 통해 내용을 대폭 보완했다. ‘나폴레옹’은 97년 줄 베르느상과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독자층 두터운 여성작가들의 새 창작집도 기대를 모은다.

선두에 선 작가는 지난주 ‘모순’(살림)을 내놓은 양귀자. ‘천년의 사랑’을 초(超)베스트셀러로 만들었던 그는 새 소설의 주인공으로 결혼을 앞둔 20대 사무직 여성 안진진을 내세워 출판시장 최대 독자층인 20대 사무직 여성을 공략하고 있다.

문학출판이 뜸했던 푸른숲은 8월이후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부터 최근 동아일보에 연재된 ‘봉순이언니’까지 작가 공지영의 작품들을 ‘푸른숲판’으로 차례차례 내놓는다.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또 한사람의 여성작가는 신경숙. 계간 ‘문학과 사회’에 2회분까지 연재됐던 ‘기차는 7시에 떠나네’가 언제 완결될 지가 주목된다. 은희경도 8월중으로 96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원고를 문학동네에 넘길 계획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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