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찾아온「가을의 전령」 잠자리떼,체온식히려 고공비행

  • 입력 1998년 7월 13일 19시 49분


‘가을의 전령사’ 잠자리가 예년보다 한두달 가량 앞서 서울 도심에 떼지어 출몰하고 있어 각박한 시멘트 숲에 갇혀 사는 도시민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잠자리떼의 ‘복중(伏中)외출’은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막 성충으로 태어난 잠자리들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날개를 편 채 도심 한가운데를 고공비행하고 있기 때문.

부산 고신대 문태영(文太映)교수는 “고온으로 일찍 성충이 된 잠자리들이 30도 정도의 기온에서 운동량이 활발해지면서 이 때문에 생긴 체온을 식히기 위해 도심에서 날갯짓을 멈춘 채 공중에 떠서 바람을 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내린 장맛비로 매연과 공해에 찌들어 있던 서울의 대기가 깨끗이 씻겨 내리면서 번식환경이 좋아지고 모기나 파리 등 먹이가 늘어난 것도 잠자리가 많아진 이유.

환경부 생태조사단 차진열(車晉烈)박사는 “잠자리는 비행력이 뛰어나 제법 먼 거리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야산이나 하천 등에서 서식하다가 날씨가 좋으면 도심으로도 많이 진출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으면 도심에는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이 기온보다 뜨겁게 달궈져 상승기류가 생기게 되며 잠자리들은 이 열기를 피해 높이 날아 오르기 때문에 도심 공원이나 고층 빌딩에서 쉽게 잠자리떼를 목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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