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임대차법-경매절차 뜯어보면 허점투성이

입력 1998-05-31 20:40수정 2009-09-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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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임대차 관련 법률과 경매 집행절차에 허점이 많아 전세대란 이후 늘어나는 임대차분쟁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이 임대차 분쟁 전문 법조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보증금 찾기 어렵다▼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의 판결은 ‘세입자가 집을 비움과 동시에 집주인은 보증금을 반환하라’고 나온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집을 비워줘야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세입자가 집을 비우면 우선변제권이 사라져 확정일자보다 늦게 설정된 근저당에 변제순위가 뒤져 보증금을 찾기 어려워진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대순변호사는 “세입자가 주민등록 전입신고만 해도 대항력을 인정해줘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전세권등기 유명무실▼

전세권등기를 해두면 세입자가 경매를 신청해도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고 집주인 동의 없이 전대차를 통해 보증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부동산등기법에 따르면 전세권 등기는 집주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다. 등기를 내기 위해 소송을 내자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변호사는 “보증금은 세입자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전세권등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연이자율 너무 낮다▼

재판부는 전세금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소장(訴狀)을 받은 다음날부터 전세금을 돌려줄 때까지 세입자에게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할 수 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행 지연이자율은 과거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 수준인 연 25%.

최고이자율은 작년 말 시중금리가 급등하자 40%로 상향조정된 뒤 1월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아예 없어졌다. 그러나 지연이자율은 그 취지가 무색하게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다.

▼전세금 감액 어렵다▼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경제여건이 급변했을 때 전세금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증액 청구는 계약 1년 이후 약정금의 5% 이내에서 가능하다.

최초 소송에서 판결을 내리면 경제사정의 급변을 인정 또는 부인하게 돼 후속 소송에서도 똑같은 판결을 하도록 돼 있는 것도 문제.

이 때문에 재판부는 엄청난 파장이 미칠 수 있는 판결을 회피하고 접수된 소송을 민사조정으로 돌려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

▼세입자 과보호도 문제▼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기간이 2년 미만인 세입자도 2년 동안 세를 살 권리가 있다. 서로 말없이 계약기간을 넘긴 경우 세입자는 언제든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은 집주인의 계획적인 재산운용을 제약한다.

국토개발연구원 김정호주택실장은 “전세계약은 얽히고 설켜 한 사람이 계획대로 못 움직이면 4명이 덩달아 묶인다”고 말한다. 세입자 과보호 규정은 부동산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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