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다 조간신문을 펼쳐 들었는데 광고전단들이 떨어진다. ‘16만8천원에 제사를 지내세요’라는 광고지에 눈이 갔다. ‘제례음식 이제 택배로 주문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잘 차려진 제사상 사진까지 곁들여 있었다.
와, 이거였구나. 며칠전 나보다 제사가 두어번 많은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 친구 역시 나처럼 바빠서 쩔쩔매는 직장인. 좋은 것을 가르쳐준다며 주문형 제사상 차림회사를 소개했다. “아무리 바빠도 제사상을 배달해서야…”는 게 그때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사정이 좀 달랐다. 시장도 미처 못 봤는데 퇴근이 늦어졌다. 음력 제사이고 보면 해마다 제삿날이 주말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저녁8시가 넘어서야 녹초가 된 몸으로 돌아와 서너시간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년부턴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 준다는 택배형 상차림을 이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조기까지 얹어놓은 상이 십여만원이면 그 값이 그 값일 테고…. 머지않아 돌잔치나 환갑잔치처럼 제사상을 배달하는 것도 예삿일이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제사상을 주문해서 제사를 지내는 게 낯설었다.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도란도란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살기 바쁘니 어쩔 수 없잖아”라는 친구의 너스레가 들려온다. 하지만 내자신에게 빌어 본다. “A타입 한상 배달해 주세요”하지 않게 되길….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윤옥(경기 고양시 일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