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다시보기]「해와 달이 된 오누이」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9분


민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외딴 두메에서 홀로 어린 오누이를 키우는 가난한 여인이 아랫마을에 품팔이를 갔다가 떡을 얻어 이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고개마루에 호랑이란 놈이 턱 버티고 앉아서 여인에게 말합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물론 여인은 떡 하나를 호랑이한테 건네고 몇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줄기차게 따라오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연발합니다. 마침내 여인의 떡이 바닥나자 이번에는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여인의 떡이 바닥났을 때 호랑이가 여인을 잡아 먹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여인은 있는 힘을 다해 반항했을 것입니다. 호랑이가 결국 여인을 잡아먹었겠지만 힘을 버렸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구경도 못해 입맛도 다셔보지 못했을 것이고요. 호랑이의 교활한 수법을 보세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처럼 악은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있습니다. 송곳이 뾰족한 쪽부터 들어가듯 세상에 악의 유혹은 이렇듯 ‘떡 하나’로부터 시작합니다. 엉큼한 남자가 여인을 유혹할 때도 하찮은 손목으로부터 시작해 온몸을 삼킵니다. 마약 역시 ‘이번 한번만’으로 시작하여 패가망신을 시키지 않습니까. 결국 교활한 호랑이는 두팔 두다리를 잃은 여인이 여인네 집앞에 이르렀을 때 여인을 마저 삼키고 오누이마저 잡아먹으려 합니다. 그러나 호랑이는 수수깡에 똥구멍이 찔려서 죽고 말지요. 오누이는 무사히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고…. 정채봉(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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