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와-바르톨리-플레밍등 女성악가 새음반 풍성

  • 입력 1997년 10월 24일 07시 49분


소프라노 2명, 메조소프라노 2명. 가을 음반계가 여성성악가들의 신보로 풍성하다. 두 사람(카나와, 바르톨리)은 기존의 명성을 재확인하기 위해 음반을 내놓았고, 두 사람(플레밍, 카사로바)은 최근 내놓은 일련의 음반으로 주가가 폭등하자 「바람몰이」를 위해 신보를 소개했다. 그러나 넉장 모두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는 「독일 오페라 아리아집」(EMI)을 음반목록에 올렸다. 베버 「마탄의 사수」, 모차르트 「요술피리」 등의 아리아를 수록했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비브라토(목소리떨기)와 포르타멘토(미끄러지는듯한 음연결)가 과장돼 있고 호흡이 짧게 들린다. 달콤하리 만큼 포근한 음성만으로 귀를 붙들었던 시절은 지나간 것일까. 메조 체칠리아 바르톨리는 「이탈리아 가곡집」(데카)으로 이달 「클래식CD」지 표지에 올랐다. 벨벳처럼 두텁고 윤기나는 음성은 변함이 없지만 시를 꾸며줄 표현수단이 적어 단조롭게 들린다. 심지어 포르테(강주)에서는 공명이 납작해져서 높은 음역의 긴 음표가 매끄럽지 못하다. 비슷한 레퍼토리로 최근 발매된 에바 메이의 음반(RCA)을 더 높이 살 만하다. 메조 베셀리나 카사로바는 「모차르트 아리아집」(RCA)을 내놓았다. 매끈한 공명과 아늑한 음연결을 보이지만 필요할 때 소리의 몸집을 좀처럼 줄이지 못한다. 「불쌍한 마제토」에서처럼 몸을 낮추어야 할 노래도 귀를 쏘는 듯한 강건한 음색이 오히려 거슬린다.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은 이런 저런 아리아를 묶어 「오페라 명장면」(데카)으로 출반했다. 그의 장점인 긴 호흡과 분위기를 잘 살리는 연극적 묘미가 잘 살아나는 편. 그러나 앞서 「모차르트 아리아집」에서 그지없이 포근하게 들렸던 그의 음성은 새 음반에서 오히려 다소 거칫한 결로 드러난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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