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피들러」「벨칸토」,악기로 듣는 오페라

  • 입력 1997년 9월 5일 08시 30분


인간의 성대는 최초의 악기. 그래서 유사이래 수많은 악기들이 인간의 목소리를 짝사랑하고 이를 닮기 위해 애써왔다. 악기쪽에서만 목소리를 짝사랑했을까. 목소리 역시 악기가 가진 화려한 기교를 닮으려 애썼다. 악기와 목소리는 이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음악사를 발전시켜 왔다. 최근 발매된 음반 2종은 목소리와 악기간의 영원한 짝사랑을 강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이 연주한 「오페라의 피들러」(DG)와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 등 3명이 옛악기 바셋호른으로 연주한 「벨칸토」(EMI). 모두 오페라 아리아를 악기소리로 듣는 앨범이다. 「오페라의 피들러」는 18세기 이후 목소리와 바이올린이 누려온 친분을 증명하듯 고금의 명 바이올리니스트가 편곡한 수많은 레퍼토리로 수놓아져 있다. 19세기에 「유령이 씌었다」는 전설까지 잉태했던 절대기교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로시니 「탄크레디」의 아리아를 편곡, 「격정」이라는 제목의 변주곡으로 부활시켰다. 「치고이네르 바이젠」의 작곡가인 사라사테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에 의한 환상곡을 만들었고 하이페츠는 거슈윈 「포기와 베스」에, 크라이슬러는 글룩 「오르페오와 유리디체」에 손을 댔다. 비제 「카르멘」은 수많은 바이올린용 악보를 낳았지만 이 음반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후바이의 편곡판을 사용했다. 바셋호른을 위한 「벨칸토」는 잊혀진 악기를 사용해 색다른 음악적 주장을 편 음반이다.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등 모차르트의 대표적 오페라 발췌곡이 바셋호른 합주로 연주된다. 바셋호른은 취구(吹口)와 나팔이 90도로 꺾인 색다른 모양의 악기. 모차르트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쇠퇴했다. 주법 음색 등에 있어서 오늘날의 클라리넷과 가깝다. 「오페라의 피들러」에서 샤함은 현에서 반짝 빛이 오르는 듯 매끄러운 소리결과 자유분방한 기교를 과시한다. 한계에 가까운 초고음으로의 도약에서도 탄성이 일 정도로 정확한 소리를 짚어낸다. 높은 음역에서 트레몰로(빠른 동음반복) 및 분산화음이 지어내는 활기도 귀를 매료시킨다. 반면 루바토(마디 안에서의 리듬변화)가 적어 표정이 단순해지며 곳곳에서 다소 서두르는 느낌으로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에구치 아키라의 깊이있는 터치는 이 음반의 전체점수에 큰 보탬이 된다. 우리에게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의 반주자로 낯익은 인물이다. 「벨칸토」에서 세명의 목관주자들은 콧소리가 흐르는 은근한 음색과 정밀한 앙상블로 친근한 느낌을 빚어낸다. 한가지 악기의 합주라는 단조로움은 분산화음 강약대비 등을 강조한 정밀한 편곡으로 해소된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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