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입던 옷 팔고 사고,친구끼리 바꿔입고

  • 입력 1997년 9월 2일 07시 39분


「한달 입은 나인식스 청바지 팔아여」. 「스톰 나팔바지 3만원, 쫄티는 2만원」. 요즘 PC통신의 「중고품 매매」 코너의 게시판이 중고 옷을 사고 파는 중고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PC통신에선 2,3년 전부터 입던 옷을 사고 파는 글이 오르곤 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통신뿐만이 아니다. 중고생들은 교실에서나 방과후 동네에서 친구끼리 입던 옷을 바꿔 입거나 사고 판다. 3,4년 전까지는 일부 여학생들이 옷을 바꿔 입곤 했으나 요즘엔 남녀 구별 없이 남이 입던 옷을 거리낌없이 입는다. 매매에는 남학생들이 더 적극적이다. 서울 신촌에 사는 선주(14·S중3)는 올들어 PC통신 나우누리를 통해 네댓 번 옷을 팔았다. 받은 옷값으론 다른 옷을 샀다. 선주는 『우리 반은 패션에 둔감한 아이들이 많은 편이지만 48명의 급우 중 30여명이 중고 옷을 사거나 바꿔 입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누구와 친한지를 알려면 누구와 스스럼없이 옷을 바꿔 입는 지를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일부는 중고 옷 때문에 부모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부모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이유 없이 남의 옷을 입고 귀가하면 집에서 혼이 났던 세대여서 자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1318들이 중고 옷을 빌리거나 사서 입는 것은 패션이 생활에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 특히 자신이 사는 동네의 또래집단에 어떤 패션이 유행하느냐는 것에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서울의 강남지역엔 「똥싼 바지」에 「왕발신」을 신는 「힙합패션」, 강북지역엔 칠푼바지나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에 꼭 끼는 재킷을 입는 「복고패션」, 경기 성남시와 인천 부평구 등에선 천바지에 큰 칼라의 티셔츠를 입고 뾰족한 구두를 신는 「건달패션」이 유행이다. 그러나 갑자기 한 동네의 유행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기존 옷들은 PC통신이나 학교에서 팔 수밖에 없다. 브랜드도 유난히 따진다. 복고패션엔 스톰 나인식스뉴욕 YAH, 힙합패션엔 폴로 토미, 건달패션엔 필라 헤드 등 브랜드 의류를 입어야 「짱」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 대치동의 미영이(11·D여중1)는 『용돈은 빤하지만 「휙휙」 바뀌는 또래집단의 패션에 맞추면서 고급 브랜드의 옷을 입고 싶다. 중고 옷을 빌리거나 사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정환경이 풍요해지면서 「새옷」이나 「새것」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덜해진 것도 「중고 옷 바람」의 한 원인이다. 바로 윗 세대인 20대 문화의 영향도 무시못한다. 지난해부터 서울 압구정동과 이대입구 등 패션가에선 리바이스 청바지, 아디다스 트레이닝 등 외국 유명 브랜드의 중고 옷을 파는 가게들이 성황이다. 여성지들은 경쟁적으로 「중고품 장터」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이런 유행이 10대에 전파되면서 「이상폭발(異狀爆發)」을 일으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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