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族」을 아시나요…고액수표에 연락처 적어 애프터신청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최근 들어 서울 강남지역 유흥가에 「오렌지족」 「야타족」을 능가하는 「수표족」이 등장, 저급한 황금만능주의의 부패 행태를 전파시키고 있다. 수표족이란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애프터(다시 만나는 것)」를 위해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주면서 메모지 대신 10만원권 수표를 이용하는 젊은 남자를 지칭한다. 지난 23일 밤 11시반경 수표족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서울 강남의 A나이트클럽. 1백만원권 수표로 60만원이 넘는 술값 계산을 끝낸 20대 남자가 마주 앉은 20대 초반의 여자에게 말했다. 『2차로 가라오케 가자』 『오빠. 오늘은 안돼요. 다음에 만나요』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이 남자는 거스름돈으로 받은 10만원권 수표중 1장을 지갑에서 꺼내더니 뒷면에 자신의 이름과 호출기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여자에게 건넸다. 이 나이트클럽 영업이사 유모씨(29)는 『지난 겨울부터 연락처를 수표 뒷면에 적어 주는 젊은 남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올 여름방학 중에 그 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메모지가 없어 술김에 10만원권 수표를 이용한 것이 같은 부류의 젊은이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 수표족이 생겨난 것 같다』며 『50만원권과 1백만원권을 사용하는 「고액수표족」까지 있다』고 귀띔했다. 수표족은 고급승용차와 값비싼 옷으로 「무장」하고 마음에 드는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돈을 흥청망청 쓴다는 점에서 오렌지족이나 야타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오렌지족과 야타족이 서로의 신원을 묻지 않은 채 쾌락을 좇는 것과는 달리 제2, 제3의 만남을 「낚기」 위해 자신의 부(富)를 「미끼」로 이용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 오렌지족 야타족의 무분별한 소비행태를 보아 온 유흥업소 종업원들은 대기업까지 부도가 나는 최근의 경제불황 속에서 마치 「별천지 인간」처럼 돈을 펑펑 써 대는 수표족의 정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종업원 방모씨(23)는 『수표족도 이전의 오렌지족이나 야타족처럼 돈많은 상류층 자제들일 것』이라며 『땀 흘려 번 돈이 아니어서 물쓰듯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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