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의 돌 부스러기일 망정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지난 95∼96년 철거된 옛 조선총독부 건물 잔해에는 일제 식민통치의 망령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입술을 깨물며 독립의 의지를 곧추 세우던 선열의 목청이 바로 곁에서 들리는 듯 하다.
이 총독부 돌조각과 쇠덩어리가 민족 독립정신의 기풍이 서린 독립기념관 귀퉁이에 들어서 조각공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공원의 임시이름은 「구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부재 전시장」.
독립기념관을 감싸안은 충남 천안시 목천면 흑성산 서쪽계곡(서곡·西谷) 산자락 1천5백여평. 제52주년 광복절을 이틀앞둔 13일 오후 인부들의 돌쪼는 소리와 포클레인의 굉음이 한여름 독립기념관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일제침략의 잔해를 아우를 이곳은 10년전 세워진 독립기념관 7개 전시장과 연계해 후손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길 역사교육장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 광화문 하늘에 우뚝 솟았던 첨탑을 비롯, 돔 기둥 출입구 발코니 모서리탑 계단난간 등 총독부를 지탱한 17종 1천t의 파편이 한자리씩을 차지한다. 철거 과정에서 생긴 건축부자재 1천4백여t은 조각공원의 바닥을 다지는 용도로 재활용된다. 독립기념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초부터 총독부 잔해를 옮겨와 지난 5월 7억원을 들여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공정은 50%. 오는 10월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전시공간의 기본 설계개념은 △무덤 △폐허 △흔적.각각의 구조물을 역사자료로 보존하되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배치해 「청산돼야 할 역사」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는 것이다.
마스터플랜을 세운 崔滿麟(최만린)국립현대미술관장은 『부정(否定)과 음(陰)의 기운이 총독부 잔해를 휘감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굳이 흑성산 서쪽에 터를 잡은 것도 석양의 쓸쓸함과 침략의 덧없음을 형상화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사의 하이라이트는 높이 8.5m, 직경 3.5m, 무게 35t의 첨탑 설치. 독립기념관은 첨탑에 대한 민족정서를 고려해 5m 깊이의 구덩이를 판 뒤 「반(半) 매장 반 전시」의 형태로 설치키로 했다.
독립기념관측은 공사가 끝나는대로 국민공모를 통해 이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새이름을 짓기로 했다.
〈천안〓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