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 포르노비디오]청소년들 『놀랄일 아닌데』담담

  • 입력 1997년 7월 13일 20시 09분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하고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란비디오테이프가 일부 중고생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는 물론 기성세대에게 상당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적지않은 10대 청소년들은 『놀랄 일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며 대조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친구들과 함께 봤다는 박모군(17·S고 2년)은 『외국 포르노배우들의 틀에 박힌 연기만 보다가 우리 또래의 애들이 장난하듯 하는 성행위가 실감나고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박군은 『지금까지 많은 음란테이프를 봤다』며 『주로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둔 친구집에서 등교하기 전 부모가 이미 출근한 시간을 이용해 테이프를 보다가 지각도 여러번 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 N전자오락실에서 만난 김모군(14·C중 2년)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주일에 한번 정도 음란비디오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머니는 어린 아이들이 음란테이프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 말세」라고 개탄하셨지만 어른들은 우리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S여고 김모양(18.3년)은 『어른들은 무조건 순결을 강조하지만 주변의 적지않은 친구들은 「좋아하는 남자와 관계를 갖는 것이 문제될게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10대들의 성의식에 대해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성에 대한 가치기준이 사회적으로 형성돼 있지 않기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의 자매학교에 단체연수를 다녀온 이모군(14·S중 3년)은 『일본의 경우 청소년들도 음란만화 비디오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며 『성지식을 자세히 가르쳐주기보다는 접근을 막는 것에 급급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유학 중 방학을 맞아 귀국한 박모군(15·고1)은 『미국에 비해 한국청소년이 더 문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미국은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반면 우리는 숨기기에 급급해 조그만 사실이 알려져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양대 사회학과 丁俊榮(정준영)교수는 『이번 음란비디오사건이 성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금기영역과 자유영역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부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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