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중고교생들은 80년대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들이다. 이들 「80년대 키드」들은 그 이전의 세대들과 확연하게 다른 두드러진 특징을 갖고 있다. 교사와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이를 △즉각반응(Immediacy) △영상매체에의 대량노출(Image) △탈권위(Independence)△개인주의(Individualism) 등 4가지로 설명한다. 「I세대」의 사회 심리 문화적 특성에 관한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울 H학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서모씨(28·여)는 『학생들이 교대로 「화장실 간다」 「목이 마르다」며 교실을 들락날락해 수업분위기를 망치는 날이 많다』고 말한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참고 참다가 말을 꺼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설명.
8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가까이 접하고 있는 교사 상담원 학원강사들은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참을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교무실에 불려온 학생이 꾸지람하던 교사가 잠시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자 『선생님 이제 말씀 끝나셨죠』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더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들 「즉각반응세대」의 행동양식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강남 C중학 3학년 조모양(15)은 주말에 엄마와 함께 집근처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 취미. 눈에 띄는 옷을 보면 엄마를 졸라 사고 만다. 그러나 사나흘 입고 다니다 금세 싫증을 느껴 옷들을 그냥 장롱에 쌓아둔다. 그리곤 다시 백화점을 찾는다.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에서는 10대를 주고객으로 삼은지 오래다.
이성교제도 즉각적이고 감각적이다.
서울 C중학 3학년 강모양(15)은 마음에 드는 남학생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나 너 좋아하는데 한번 사귈래』라고 따지듯 묻는다. 강양은 중학교에 들어온 이후 8명의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남들이 다 남자친구 있는데 나만 없으면 창피하잖아요』
전문가들은 요즘 중고생의 이같은 성향을 「RESET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리셋(RESET)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꺼졌다가 다시 켜져 시스템이 재부팅된다. 함부로 컴퓨터를 끄면 고장이 나던 286, 386컴퓨터를 이용하던 세대들은 꿈도 꿀 수 없는 편리함이다. 물자가 풍부해지고 이기(利器)가 발달함에 따라 요즘 10대들은 자기위주의 편리한 문제해결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기위주의 세계해석」에서 학원폭력이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주먹을 내뻗더라도 그 친구는 오뚝이처럼 일어설 것이라고 믿기때문에 죄의식이나 책임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8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의 이같은 「즉각반응」양식이 솔직하고 개방적이며 의사표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청소년건강연구소 陳台原(진태원)소장은 『문제있는 자녀 뒤에는 반드시 문제있는 부모가 있다』며 『어릴 때부터 참을성을 기르도록 꾸짖고 남을 배려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용·박정훈·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