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세상/멋쟁이선생님]경복고 김창기씨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04분


『내년이 정년이지만 맡은 일은 끝까지 해야죠』 서울 경복고등학교 김창기 선생님(64·수학담당)은 언제나 할 일을 찾느라고 분주하다. 새벽 5시 반 기상. 집에서 학교로 올 때는 꼭 같은 동네에 사는 학생을 태우고 함께 등교한다. 오전 7시부터 2학년을 대상으로 한 30분간의 수학 특별보충수업이 있다. 이 수업은 선생님이 자원해 마련한 과정. 이 학교에 부임한 3년전부터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다. 물론 보수도 받지 않는다. 각 반의 담임선생님들이 추천한 학생들 50여명은 선생님의 노고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칠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10분 뒤에는 50분간 일반보충수업이 있다. 「하루가 성실해야 일생이 보람차다」는 것이 선생님의 지론. 젊은 선생님들도 따라잡기 힘든 일정이지만 김선생님은 즐겁기 그지 없다. 김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나올때 발걸음이 더욱 경쾌하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피로가 씻은 듯이 가시죠』 김선생님은 또 한달에 두번 일요일마다 방송통신고등학교의 만학도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수업시간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공부는 죽을때까지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선생님에게 이 학생들은 대견하기 그지 없다. 지난 80년 선생님이 경기고등학교 3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을 때의 일. 김영수라는 학생은 부모가 과외공부를 시키기 위해 1년 휴학을 시키면서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2학년때 하급생 구타 등으로 두번 정학을 당한 영수가 3학년에 올라와 또 정학을 받아 퇴학 당할 위기에 처하자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에게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또 영수와 밤을 새며 면담하고 눈물로 설득해 영수의 마음을 돌려 놓았다. 이후 영수는 모범적인 학생으로 바뀌어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요즘도 선생님을 찾아뵙는 영수는 선생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찾아 뵐때마다 큰 절을 올리곤 한다. 선생님은 또 학생들에게 효를 직접 몸으로 실천해 보여주고 있다. 1남 2녀를 모두 출가시킨뒤 노모(86)와 장모(83)를 함께 모시고 살고 있는 것. 교육부는 39년에 걸친 선생님의 교육적 업적을 기려 오는 15일 스승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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