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조항」신설 고민

  • 입력 1997년 3월 10일 20시 10분


[이병기기자] 운전중의 휴대전화 사용을 법으로 금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경찰청이 금지조항을 도로교통법에 신설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경찰은 지난해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인구가 급격하게 늘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휴대전화가 가장 필요한 때가 차가 막힐 때인데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을 못하게 하면 되느냐』며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들은 『그렇다면 차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라디오채널을 돌리는 것도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법률만능주의 발상으로 대처하려 한다』고 경찰청에 항의전화 공세를 퍼부었다. 운전중 휴대전화사용을 법으로 금지했을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긴급한 전화가 걸려온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 이런 문제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도 주행중 휴대전화사용을 금지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협회 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사용 운전자가 일반운전자보다 교통사고 발생확률이 5.59배나 높다. 그러나 선진국의 대세는 금지쪽으로 기울고 있다. 스웨덴 이탈리아 싱가포르는 이미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일본 독일은 입법을 추진중이다. 경찰청 내부에서는 『규제만능주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설령 입법화한다 해도 단속이 가능하겠느냐』는 쪽이 더 설득력을 얻어 입법추진이 일단 보류된 상태다. 경찰은 그 대신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을 널리 홍보하고 운전자들이 핸들을 잡은 채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 스피커폰 설치를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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