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랑스러운 재일교포 2세 극작가 유미리의 「물고기의 축제」는 가정파탄의 아픔을 착잡한 웃음 속에 담는다. 극의 중심미학이 반어법이라는 얘기다.
우선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재회하게 되는 동기가 막내 아들의 죽음인 것이다. 살아 남은 형제들이 읽는 그의 일기는 그의 추락사가 가족의 재결합(삶)을 위한 자살이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행동의 반어법이다.
둘째, 죽은 아들의 시신 앞에서 어렵게 모인 가족들은 아버지가 사온 수박을 야구방망이로 쪼개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정서적 반어법이다.
아들의 죽음을 전화로 가족에게 알리는 어머니는 새빨간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고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작은 누나 루리는 섹시한 선드레스 차림이다. 시각적 반어법이다.
유미리는 가족들로 하여금 죽음과 죽은 이에 대한 예식보다는 삶과 산 사람들의 일상행위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부조리극적인 충격의 희극미를 생산해 낸다. 형식적 반어법이다.
극은 장례식을 마친 가족들이 처음 장면처럼 사진을 찍으며 끝나는데 이는 언뜻 찢어진 가족의 봉합을 암시하는 것 같지만 극구조의 순환성은 불완전한 봉합이 다시 파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구조적 반어법이다.
엄마를 닮아 사랑이 헤픈 둘째 딸 루리역의 진영아와 도박에 얼빠진 아버지역의 이대영이 인상적인 역창조를 보여줬고 3년전 이 극의 초연 때도 연출했던 윤광진은 재공연에서 가족의 미움과 배반 뒤에 숨어 있는 사랑과 그리움을 좀더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젊은 배우들의 섬세하지 못한 연기는 성격창조의 반어법을 충분히 실현해내지 못한 느낌이다. 공연은 27일까지 서울 정동극장. ☎02―773―8960
김윤철(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