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득 드러나야 지하경제 차단”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15분


지하경제 규모가 국민총생산(GNP)의 14%선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정은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지하경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탈세와 탈루소득을 없애 지하경제를 줄이겠다”고 약속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하경제가 커지면 소득불균형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소득이 유리지갑처럼 그대로 드러나는 근로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탈세하는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도 제대로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정이 부실화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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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은 세제(稅制)와 세정(稅政)이 탈세를 조장하는 틈새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안종범(安鍾範) 교수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제도는 자영업자의 매출과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탈세와 지하경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이과세제도는 연간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인 사업자는 업종에 따라 매출액의 2∼4%만 부가세를 내면 되도록 하는 제도. 일반사업자가 부가가치(매출액-매입액)의 10%를 내야 하는 것에 비해 세 부담이 상당히 적다.

연간 매출액 4800만원은 일요일을 제외한 하루 매출액을 16만원으로 계산한 것. 그러나 하루 매출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자영업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간이과세를 적용받는 사업자는 2000년 말 현재 166만9000명으로 전체 사업자(339만1000명)의 49.2%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절반 가량이 간이과세로 빠져나가면서 부가세는 물론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도 적게 내고 있다는 뜻이다.

안 교수는 “탈세를 조장하는 간이과세를 없애는 대신 현재 10%인 부가세율을 낮춤으로써 모든 소득이 드러날 수 있도록 세제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낙후된 세정도 탈세를 막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외국어대 최광(崔洸)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영업 결과를 기록하는 기장(記帳)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도 세무서는 이를 제재하지 않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과세표준율을 적용해 오히려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세연구원 현진권(玄鎭權) 연구위원도 “미국은 해마다 5만여명의 납세자를 무작위로 뽑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함으로써 탈세를 방지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탈세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하경제=실제 소득이 있는데도 소득 통계로 잡히지 않는 비공식 부문의 경제. 정확한 규모 측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측정 방식으로는 소득지출추정법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소득은 속여도 지출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에 착안해 소득과 지출의 차를 지하경제로 보는 방법이다. KDI가 이번에 사용한 부가세 탈루방식은 내야 할 세금과 낸 세금의 차로 계산하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쉽지만 실제보다 적게 나타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각국의 지하경제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단위:%)
지하경제 비율해당국가
68∼76나이지리아 이집트
70태국
38∼50한국 필리핀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24∼30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20∼28헝가리 불가리아 폴란드
20∼27러시아 에스토니아
13∼23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독일
13홍콩 싱가포르
8∼10일본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1990-1993년 기준.
자료:Schneider & Enste, 조세연구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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