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은 "국채 1조 매입"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6시 21분



한국은행이 23일 2년만에 처음으로 채권시장에 개입했다. 한은은 이날 채권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9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통안증권 중도환매 및 국고채권 단순매입(Outright purchase)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입찰 일시는 26일 오후4시∼4시30분이며 그 규모는 1조원이다. 한은의 개입발표 직후 치솟던 금리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왜 개입하나= 한은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최근 금리 급등세가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채금리는 20일 5.55%를 기록한 이후 매일 급등세를 기록, 22일 마감 금리는 5.89%까지 치솟았다. 23일 오전 한은의 시장개입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자금시장에 퍼지면서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다시 금리가 5.96%까지 치솟자 결국 개입을 결정.

한은의 채권시장 개입은 99년 대우그룹 몰락 직후 채권시장 대혼란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금리상승) 금융기관은 손해를 감수하고 내다파는 손절매에 나서게 되고 이 경우 채권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가장 걱정스러웠다” 고 말했다.

▽금융시장 주도권이 증시로 이동= 오승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시장의 위축은 증시와 채권시장의 역(逆)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 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경기전망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증시활황을 기대한 시중자금이 채권을 팔고 증시로 이동하는 자금의 엑소더스 현상이 강해졌다는 풀이다. 한은이 최근 두차례 콜금리를 동결한 것도 금리가 바닥을 쳤다 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23일 증시는 전날 3·4분기(7∼9월) 경제성장률 발표라는 호재를 이어가 20.6포인트나 급등했다.

▽외환시장도 들썩 = 한국증시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는 외환시장에도 주름을 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오후 한때 1273원대까지 떨어져 1주일 전에 비해 10원이나 급락한 것. 이응백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린 것이 환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고 분석하고 환율 추가하락을 예상한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외화를 시장에 내다팔면서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은 15일부터 22일까지 외환시장에서 사들인 원화로 주식시장에서 3848억원어치의 순매수를 펼치고 있다.

반면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24엔대까지 상승, 불과 1주일만에 1엔이 올랐다. 일본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엔화의 하락을 시도하고 있고 이를 미국이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 탓이다. 따라서 우리 수출기업들은 수출경쟁국 통화인 엔저와 원고의 틈바구니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