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줄어드는 수산高 바다의 '미래'가 사라진다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30분


“3면이 바다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해역에는 일본과 중국 배만 가득 찰 것이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면 한국인 선원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 것이다.”

최근 발생한 꽁치 외교분쟁을 지켜본 수산계 고교 관계자들은 “더 이상 바다에 희망은 없다”고 한숨을 토했다.

수산계 고교 교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신입생들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어업인 양성을 방치한다면 국내 수산업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 외화획득의 최선봉에서 국위를 선양하던 원양어업 선원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얘기다.

▽수산교육 현주소〓수산계 고교는 현재 전국에서 모두 7곳. 종합고교의 수산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을 포함하면 12곳이다.

이 가운데 교명에 ‘수산(水産)’이라는 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포항수산고, 남해수산고, 완도수산고가 전부다. 강원 강릉의 주문진수산고는 97년 강원도립전문대학으로 바뀌었고 몇몇 학교들은 내년부터 수산관련 학과를 폐지하고 인문계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70년 전통의 경남 남해군 남해수산고. 10년 전만 하더라도 학생수가 1500명에 달해 선장과 기관장을 배출하는 학교로서 자부심이 컸다. 그러나 현재 이 학교 학생은 1학년 25명, 2학년 30명, 3학년 57명으로 겨우 100명 남짓하다.

해양생산과 김충길(金忠吉·55) 교사는 “내년에는 아예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다”며 “학생들의 질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계 고교로서는 전국 최대규모인 포항수산고. 현재 재학생은 900여명이지만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수시로 자퇴생이 발생하기 때문. 지난해 80여명이 자퇴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벌써 70여명이 학교를 떠났다. 지난해 입학정원 425명 중 127명이 미달했다. 핵심 학과인 해양생산과는 정원 86명에 입학생은 25명에 불과하다.

종합고의 수산관련 학과도 사정이 비슷하다. 구룡포종합고의 어업과 학생은 전교생을 합쳐 30명에 불과하다. 5년 전만 하더라도 100명을 넘었다.

▽대책은 없나〓더 심각한 문제는 수산계 고교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 실제 어업 분야로 진출하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 학생 99%가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이야기다.

포항수산고 장병철(長炳哲) 교장은 “학생의 95% 가량이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학력이 떨어진다”며 “그나마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상적인 학교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룡포종합고에서 어업을 가르치는 유형도(劉炯道·48) 교사는 “일본의 경우 50여개의 수산계 고교가 수산업 전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명맥이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명색이 3면이 바다라는 우리나라에서 이렇듯 수산업이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산업과 수산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고사위기에 놓인 수산업을 회생시킬 수 없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전남 완도수산고 문원호(文元鎬·55) 교장은 “미래의 생명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며 “병역과 취업에 혜택을 주는 등 수산계 고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수산업의 미래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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