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7대공습]美교민 "아프간 보복 테러 우려"

  • 입력 2001년 10월 8일 05시 23분


‘테러와의 전쟁’이 감행되자 미국에 사는 한국교포들은 대부분 “시기가 문제였지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향후 정치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했다.

뉴욕시에 사는 유학생 정신영씨(27·여·컬럼비아대 대학원)는 “테러사건 이후부터 어떤 형태로든 곧 보복공습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서인지 뉴욕시민들 사이에 큰 동요는 없다”며 “일요일 오후 대부분이 집에서 담담하게 TV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일부 시민은 이번 공습을 계기로 곤두박질쳤던 주가가 되살아나고 경기가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기대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가 뉴욕을 상징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기차역 그랜드센트럴 등에 역보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뉴욕시를 떠나 가까운 뉴저지주 등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정씨는 덧붙였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유학생 김수형씨(30)는 “워낙 주말공격이 예상됐던 상황이라 특별한 느낌은 없지만 아프간의 보복테러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TV를 통해 개전소식을 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방송이 CNN을 인용보도하고 있어 비슷비슷하다”고 말했다.

뉴욕에 사는 교포 이혜영(李惠英·36·여)씨는 “7일 오전(미국 시간)까지만 해도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영국 여기자가 곧 석방될 것이란 기사가 TV뉴스에 나와 당분간 공격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미국과 영국의 기습공습에 놀라워했다.

이씨는 “7일이 일요일이고, 8일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날을 기념하는 ‘콜럼버스데이’여서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라며 “미국인들도 전격적인 공습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라디오코리아 유대식 보도국장은 “미국의 보복공격 뒤 추가 테러공격이 있을 경우 로스앤젤레스는 베벌리힐스, 페어팩스 등 부유층 유대인 거주지역이 목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특히 “이들 지역은 코리아타운에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교민들도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유대인은 물론 부유층 지역에 사는 교민들도 다른 지역의 친인척 집으로 미리 대피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위축된 미국 경기와 코리아타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인철·서영아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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