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증권협 애널리스트 윤리강령 내용과 반응

  • 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53분


요즘 미국에서는 투자은행 및 애널리스트에 대한 도덕성 시비가 한창이다.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닌 이 문제가 갑자기 뜨거운 쟁점이 된 데는 최근 미 의회가 '애널리스트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이에 대응해 미 증권업협회(SIA)가 서둘러 '애널리스트 윤리강령'을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투자은행들이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여줘 청문회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윤리강령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청문회를 이틀 앞둔 12일(현지시간) 발표된 '애널리스트 윤리강령(Best Practices for Research)'에서 투자은행들은 투자자들의 비난과 불만을 나름대로 반영했다.

700여개 회원사들에 대한 권고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윤리강령에는 리서치 조직을 기업공개 등 영업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거듭 천명돼 있다.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약정 기여도가 아닌 리서치 능력에 따라 책정돼야 한다'든지 '거래 기업에 미리 특별한 투자등급을 주겠다고 제의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또한 '애널리스트는 자신이나 친인척이 간여하고 있는 회사는 커버하지 않는다' 등의 개인 윤리강령도 다수 포함돼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JP모건이 "애널리스트가 추천의견을 바꾸기 전에 영업 파트와 미리 협의하라"는 내부 규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진 것은 충격이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많은 존경을 받았던 골드만삭스가 작년말 자신이 상장시킨 회사인 웹밴의 추천등급을 주가가 97.5% 빠진 다음에야 하향조정한 것도 투자은행의 비도덕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등록주간 업무를 맡는 영업파트에서 올려보낸 엉터리 수익추정치에 사인을 해줘야 할 때마다 자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면피용에 불과하더라도 이런 윤리강령이 마련된다면 회사측의 부당한 요구에 나름대로 맞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러워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