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교육학자 정범모 교수가 제시한 하나의 가설이 재미있다. 그는 ‘한국의 교육세력’이라는 책에서 ‘세대간 손익의 제로섬 게임’이란 다소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부모가 자신의 일을 성취하는 데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는 그만큼 자기실현에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거꾸로 부모가 아이를 위해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신은 손해를 볼지 모르나 아이는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두 세대의 손익은 합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된다.
▷이를 쉽게 ‘성공 총량(總量)’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자식간의 성공 총량은 똑같아서 한쪽이 차면 다른 쪽은 기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자식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신의 성공이 꼭 자식의 성공까지 담보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훌륭하게 성장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성공한 예술가나 스포츠맨의 뒤에는 자신을 희생한 부모가 있다.
▷물론 이 가설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인성 창의성 등은 외면한 채 무조건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이나, 지나친 승부의식의 강조가 아이를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무관심’도 ‘지나침’도 모두 문제인 것이다. 교육학자들은 부모가 무슨 특별한 일을 하기보다는 아이와 ‘그냥’ 함께 있어주면서 책을 읽거나 조그만 일에도 칭찬해주거나 하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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