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E&B클럽]자녀 흥미 자극하는 책 읽어주기-고르는법

  •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52분


◇그림책-부담주는 질문보다 혼자 상상할 수 있게

잠든 두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병원에서 처음 아이를 받아 안았을 때가 생각난다. ‘앞으로 이 애 때문에 얼마나 많이 웃고, 울어야 할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첫째인 재진이가 핏덩어리였을 때. 적어도 좋은 그림책만큼은 원없이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간접체험을 통해 삶의 기쁨과 즐거움, 아름다움을 맘껏 맛보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재진이와 둘째 재빈이는 요즘 매일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동화책에 귀를 기울이다 꿈나라로 빠져든다. 덕분에 나도 그림책에 관한 한 ‘준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게 됐다.

좋은 그림책이란 즐거움과 기쁨,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 나아가 그림을 보고 이야기 이상의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재진이 책을 연년생인 재빈이에게 다시 읽어주는 때도 적지 않다. 스토리를 다 아는 재진이는 “호랑이가요, 꼬리를 연못에 담그고…”하며 참견하다 엄마의 눈흘김을 받고 물러선다. 재빈이의 상상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좋은 책 고르기란 정말 쉽지 않다. 몇 장 안되는 얇은 단행본 한 권이 왜 이리 비싼지…. 이럴 땐 인터넷을 방문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몇몇 사이트들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운영자여서 아이가 그림책에 보인 반응들도 엿볼 수 있다. ‘숲 속으로’ ‘작은 책방’, ‘겨레한가온빛’에서는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해 볼 수 있는 활동들도 소개하고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이 밖에 인터넷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면 기존에 출간된 책에 대한 소개와 신간안내를 받을 수 있다. 역시 게시판 등에 들어가 이미 책을 써본 엄마들의 의견을 접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실패없이 책을 선택하려면 아이와 함께 가까운 어린이책 전문서점을 방문하는 게 으뜸. 온라인 서점에서 봐둔 책을 아이가 좋아하는지 확인한다. 회원으로 등록하면 정가보다 싸게 책을 살 수도 있고, 그림책 원화 전시회, 작가와의 만남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 저지르기 쉬운 부모들의 잘못 하나.

아이에게 절대 묻지 말자. “넌 뭘 느꼈니?” “주인공 아이가 어디어디를 다녀왔지?” 등등 질문을 해대면 아이는 대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돼 책에서 멀어진다.

마찬가지로 글씨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것도 좋지 않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다보면 아이와 부모는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동반자가 된다. 자신이 책 속의 주인공이 돼 긴박한 상황에 빠지면 눈이 커지고, 가슴도 콩당콩당 뛰고, 손에 땀도 나지만 부모의 든든한 두 팔이 있기에 아이는 모험을 계속할 수 있다.

▽필자-이지영(33·서울 상계동) leejy68@unitel.co.kr

이화여대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성빈센트 보육교사 훈련원 교무과장, 어린이집 운영

각종 인터넷 교육정보 사이트에 그림동화책 서평을 기고하는 등 활발한 프리랜서 활동

한방병원 의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재진(5), 재빈(4)

▽어린이 책 고르기 사이트

북토피아

www.booktopia.co.kr

초방

www.chobang.co.kr

오픈 키드

www.openkid.co.kr

사과

www.sakwa.co.kr

◇분당 '좋은 책을 읽는 주부들'-추천도서 선정 지역학교에 권장

"아이들 책 엄마가 먼저 알아야죠"

“딥스는 원하지 않는 삶을 엘리트 부모에 의해 강요받았어요.” (이정옥·37)

“맞아요. 그래서 딥스는 자폐증을 앓게 된 것입니다.” (이재경·35)

“딥스의 부모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는데 딥스가 태어난 것도 보이지 않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류재신·39)

14일 오전 10시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지역사회교육협의회 사무실. 주부 8명이 사각 탁자에 모여 ‘자아를 되찾은 아이, 딥스’란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책은 극단적인 상황을 다뤘지만 우리 주변에도 ‘딥스’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많아요. 혹시 바로 우리 자녀가 딥스일 수 있어요.”(문경혜·39)

1시간 뒤 토론은 막바지를 달리고 있었다.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각자 고유한 자아가 있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자아를∼’를 추천도서 목록에 올렸다.

지난해 11월 분당차병원에서 분당 지역 주부들이 만든 ‘좋은 책을 읽는 주부들’의 소모임중 하나인 ‘또물또’가 벌인 토론의 한 장면이다. 또물또는 스스로 또 묻고 또 묻는 아이들을 뜻한다.

‘좋은 책…’은 출범 초기에는 성남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독서지도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주축이 됐지만 지금은 회원의 70% 이상이 ‘보통 주부’다. 함께 모여 어린이 책은 물론, 성인 도서도 읽으며 좋은 책 정보를 나눈다.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하고 강의도 듣는다. 또 자녀 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하며 학교에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골라 추천해준다.

‘삐딱하게 뒤집어 생각해라’의 저자인 김슬옹씨(41) 등 12명의 자문위원과 외부 전문가에게 미리 추천을 받은 책을 한 달 전에 읽고 토론한 다음 어머니,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정한다.

이선희 부회장(36)은 “엄마가 먼저 책을 읽고 아이에게 책 읽기를 지도하니까 애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고 잠깐이지만 동심으로 돌아가는 ‘부수입’도 얻는다”고 말했다.

‘좋은 책…’ 회원 97명은 △또물또 △글타래 △한울회 △소금항아리 △꽃똥 등 사는 동네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7개의 소모임에 속해 있다. 한 달 건너 ‘책 읽는 소리’란 회보를 통해 추천도서는 물론 글쓸 때 혼동하기 쉬운 낱말을 소개한다. 회보는 회원은 물론 성남지역 초중고 120개 등에 2000부가 배달된다. ‘좋은 책…’은 분당에 사는 주부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월 회비는 2000원.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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