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상류층 주부의 성적 일탈을 그린 소설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56분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

140쪽 5000원 문학과지성사

섹스와 소설로 생을 소진했던 프랑스의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의 대표작.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연인’처럼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강렬한 성적 체험’이 담겼다. 여기서도 ‘섹스는 자기파괴를 통제하게 해주는 안전판’과 같은 것이다.

10년 간 반듯한 처신을 해온 상류층 출신의 주부. 권태에 찌든 그녀는 절대적 사랑의 극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내부에 가둬뒀던 본능이 물꼬가 터지자 낯선 하류층 남자와 일탈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녀의 애정 행각이란 환상 속의 애무와 상상 속의 죽음이 전부인 찰나의 환희일 뿐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를 간접적이고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쓰인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작품 배경에 깔린 소나티네 음악은 절정을 향해 거칠어지는 호흡을 은유한다. 이처럼 스토리 이면에 깔린 다채로운 디테일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사실 뒤라스의 장기는 질펀한 성적 묘사에 있지 않다. 이 작품처럼 미세한 떨림과 세밀한 결을 언어로 탁월하게 포착해나는 데 있다. 그녀 소설의 진가를 맛보기 위해서는 예민한 독해가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에서 뒤라스의 작품을 전공한 정희경씨의 성실한 번역이 돋보인다. 원제 ‘Moderato Cantabile’(1958년). 정희경 옮김.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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