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기업하기 힘든 나라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25분


아시아 어느 나라 장관이 아프리카 장관을 집으로 초대했다. 너무 호화로운 생활에 놀란 아프리카 장관이 그 비결을 묻자 아시아 장관은 그를 베란다로 데리고 나가 조용히 말했다. “저기 다리가 보이죠. 공사비의 10%로 마련했지요.” 얼마 후 아프리카 장관의 초대를 받은 아시아 장관은 그가 자신보다 훨씬 더 호사스럽게 사는데 놀라 비결을 물었다. 아프리카 장관은 베란다로 그를 데리고 나가 말했다. “저기 다리가 보입니까.” “안 보이는데요.” “바로 그겁니다. 100%를 먹었지요.” 정부의 부패와 관련해 세계은행 직원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농담이다.

▷이같은 도둑 정치는 정부와 기업의 회계가 투명하지 않을 때 황금 시절을 맞는다. 거꾸로 국가 경영이 투명한 나라에서는 탐관오리들이 설 땅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는 까닭은 엉뚱하게도 무거운 세금에서 기인한다. 소득의 55%를 세금으로 ‘뜯기다’ 보니 국민은 눈에 불을 켜고 정부 예산을 감독하게 되었고 정부는 ‘유리창 집행’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투명성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적 컨설팅그룹인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 쿠퍼스가 24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불투명률이 73으로 인도(64), 태국(67)에도 미치지 못했고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환란 이후 정부가 그렇게 투명성을 강조했는데도 우리가 그런 정도의 평가밖에 못 받는다면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처럼 시장이 불투명해서 기피된 외국인 투자가 46조원이나 된다는 분석은 우리를 맥빠지게 한다.

▷시장의 투명성은 정부의 규제와도 상호 연관 관계를 갖는다. 시장에서 정부의 막강한 권한이 상존할 때 투명성은 낮아지고 기업은 의욕을 잃게 마련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장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우리나라를 ‘여전히 정부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분류한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 기관의 개입이 잦을수록 시장의 자율은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는 줄어만 갈 것이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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