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반도체 주가 바닥쳤나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33분


반도체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횡보장세에서의 급등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그래서인지 “반도체 주가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금씩 증시주변에 퍼지고 있다.

미국 월가 전문가 중에는 “반도체 시장의 모든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메이커들의 재고 방출량이 3월을 고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D램 값도 점차 안정세를 되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주가 상승세는 이런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연 나흘간 반등하며 19.4% 급등했으며 메모리 업종의 대표주자격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는 이틀만에 21.5%나 올랐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주가도 ARM홀딩스, 인피니온 등 반도체 업체의 주도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는 18만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의 강력매수로 7일 사흘만에 20만원대를 회복했으며 5일 장중에 3105까지 빠졌던 현대전자도 7일 한때 3750원에 거래돼 20%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닥론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아직은 우세하다. 반도체 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객관적 데이터가 아직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최근의 세계적인 반도체 주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며 “현대전자 미국법인(HSA)의 채무불이행 위기와 함께 업계에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는 것도 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하락→생산량 증가→가격 추가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아직도 끊기지 않고 있어 당분간은 가격회복과 매출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SD램값 추락도 멈추지 않고 있다. 북미 현물시장에서는 256메가 SD램이 6일(현지시간) 하루동안 6%나 하락했다. 64메가 SD램과 128메가 SD램도 2주전에 비해 평균 10% 가량 떨어졌다.

월가에서는 연일 반도체 업종의 실적 악화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실링스와 트라이퀸트 베리안 등이 실적악화를 경고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차장은 “현재 반도체 경기가 바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PC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재고확보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어 이를 SD램 가격 반등과 연결시킬 수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는지 관찰 중”이라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계속된다고 예상한다면 삼성전자 주식은 매수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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