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김운하 〈8〉
섰을 때에도 아슬아슬하게 보이던 치마는 자리에 앉자 더욱 위쪽으로 끌려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들었던 가방을 얼른 다리 위에 놓았다.
『못됐군요. 그런 말하려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지도 않은데요, 뭘』
『그러니까 정말 빨개지잖아요』
『빨개지라고 한 얘깁니다. 잘 잡아요』
그녀는 한쪽 팔을 돌려 그의 허리를 잡았다.
『나는 독립군이라서 그렇다지만 그쪽은 독립군도 아닌데 왜 혼자 내려와요?』
그녀는 학과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장학금이라도 받습니까?』
『아뇨』
『하기야 그건 학과 사무실에서 주는 게 아니니까. 등록금 고지서에서 미리 제하고 나오는 거지』
『그러니까 그쪽은 받는다는 얘기군요?』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거요?』
『그래서 일부러 한 얘기가 아닌가요?』
『사람 우습게 만드는 게 취밉니까?』
『그건 오히려 독립군 취미 같은데요?』
『지난번처럼 역까지 모시면 돼요?』
『아뇨』
그녀는 간단하게 말했다. 잠시 전 그의 오토바이를 타는 순간, 어디라고 정하지는 않았지만 역보다는 더 멀리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 마음 속에 이미 새로운 서랍이 준비되어 있다는 얘기였다.
『그럼 어디까지요?』
『모르겠어요. 태워주는 데까지 타고 갈 생각이에요』
『그렇게 말하면 어디든 멀리 가고 싶어진다는 것 몰라요?』
『어디까지요?』
『며칠 전부터 이러고 싶었던 것 알아요?』
『몰라요』
『이러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친구들과 같이 있어서…』
『그런 것도 가리나요? 독립군이』
『우린 인해전술엔 약하니까』
그 사이 독립군의 오토바이는 대학 입구 역을 돌아 오른쪽 큰길로 들어섰다. 이제는 그가 가는 데까지 갈 수밖에 없는 셈이었다.
<글:이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