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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들의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대형항공사(FSC)들이 1분기(1∼3월)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사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적자 전환하는 등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고환율이 지속되며 항공기 리스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급성장하는 화물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매출액은 각각 3조9559억 원, 1조743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 6.7% 증가했다. 반면 LCC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384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5559억 원) 대비 30.8% 줄었다. 또 3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76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티웨이항공도 적자로 돌아섰고, 진에어는 영업이익이 40.8% 줄어든 583억 원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항공사 규모별로 실적이 갈린 주요인으로 고환율 장기화를 꼽는다. 통상 항공기 리스 비용은 글로벌 업체에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회사의 부담이 커진다. 고환율 국면에선 FSC 대비 직접 구매해 운용하는 항공기 비중이 작은 LCC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기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53원으로 전년 동기(1328원) 대비 125원 상승했다.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항공사고도 LCC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며 소비자들의 기피 현상이 일부 있었고 항공사들이 정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기 가동 시간을 감축하며 수익성도 저하됐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운항 편수를 전년 동기 대비 14% 감축했다. 사업 다각화 여부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부 매출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재고를 비축해 두려는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37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 화물사업부 매출은 이전부터 FSC에 효자 노릇을 해왔다. 대한항공은 과거 여객 사업이 부진했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반도체, 의약품, 전자제품 등 고부가가치 화물을 실어 나르며 실적을 방어했다. 대한항공 화물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021년 기준 76.5%에 달한다. 최근 중국발(發)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화물 운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화물사업 전망은 당분간 밝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외 항공사가 한국 공항을 통해 실어 나른 화물의 총량은 총 439만5306t으로 2023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대형항공사와 달리 여객 사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LCC는 유가·환율·금리 등 조절 불가능한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LCC도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까지 사업을 다변화하고, 화물전용기 도입을 고려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사진)이 글로벌 자동차 전문 매체들이 시행한 동급 차종 간 비교평가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18일 기아에 따르면 EV9 GT라인은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가 실시한 볼보 EX90 트윈 모터 사륜구동 모델과의 비교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EV9은 EX90보다 낮은 모터 최고 출력에도 더 빠른 가속 성능을 구현했다. 실주행 전비(전기차 연비)는 약 20% 높았다.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걸리는 충전 시간도 24분으로 EX90(32분)을 앞섰다. EV9의 가격은 EX90에 비해 2만 유로(약 315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앞서 다른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차이퉁’도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450 4매틱), 아우디 Q8 e-트론(55 콰트로) 등과의 비교 평가에서 EV9 GT라인을 1위로 선정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분진, 연기, 냄새로 아직도 목이 아픕니다.”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에 사는 이승길 씨(68)는 통증을 호소했다. 공장 화재 이후 퍼진 연기를 들이마셨다는 이 씨는 대화 도중 연신 ‘목이 아프다’며 생수를 들이켰다. 이어 “주차된 차들에 화산재 같은 분진이 내려앉아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화재 발생 31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매연과 분진이 광주 전역으로 퍼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석탄보다 열에너지 많은 타이어, 31시간 만 진화 1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주불이 약 31시간 40분 만인 이날 오후 2시 50분경 진화됐다. 국가소방동원령이 해제된 오후 3시 기준 진화율은 95% 수준이다. 소방 당국은 2공장 내부 생고무와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정련공정 라인의 예열장치(오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 가운데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날 고무, 타이어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공장에 불이 붙자 커다란 불길과 검은 연기가 겹쳐 공장 일대는 한때 재난 지역을 방불케 했다. 화재 신고 5분 만인 17일 오전 7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경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관 462명, 장비 168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에서 대피하던 20대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조선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척추 골절 수술을 받았다.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주민 212명이 대피했다. 1974년 설립된 이 공장은 타이어를 연간 1200만 개 생산하는 등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의 약 45%를 차지한다. 공장엔 타이어 제작용 고무 20t과 각종 화학물질이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타이어는 같은 무게의 석탄보다도 더 많은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석탄 1kg은 2만7200kJ(킬로 줄·열량 단위)의 열에너지를, 타이어는 3만7600kJ의 열에너지를 가진다. 이에 따라 불이 붙은 타이어는 다량의 연기와 강한 열을 내며 화재 진압도 어렵다. 금호 공장 화재 주불 진화가 31시간 이상 걸린 이유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타이어 고무가 대량으로 있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이라며 “타이어의 원재료인 고무 및 합성수지 등은 가연성이 높은 물질로, 연소 시 다량의 유독가스와 연기, 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암-호흡기 손상 가능성도… “주민 모니터링 필요”화재와 동시에 뿜어져 나온 유해 물질과 매연에 일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피소의 주민 69명은 두통(35명), 목 통증(5명), 눈 통증(2명), 호흡곤란(2명), 근육통 등 기타(20명) 증세로 구호센터 의료지원반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을 호소하며 심리 상담을 받은 이들도 61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호흡기 손상 등에 대한 추적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주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진 마스크 등을 쓰고 외출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기를 마신 공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건강 진단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연구에서 타이어 연소 시 나오는 유해물질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팀이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주민들의 상기도 감염, 폐질환, 편두통, 두드러기 및 홍반 등의 피부질환 발생이 증가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에 따르면 폐타이어 연소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이 암, 돌연변이, 선천적 기형,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광주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금호타이어는 재고를 상당량 비축해 뒀고 곡성공장 등으로 생산지를 재배분할 수 있어 공급에 당장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분진, 연기, 냄새로 아직도 목이 아픕니다.”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에 사는 이승길 씨(68)는 기자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공장 화재 이후 퍼진 연기를 들이마셨다는 이 씨는 대화 도중 연신 ‘목이 아프다’며 생수를 들이켰다. 이어 “주차된 승용차들에 마치 화산재 같은 분진이 내려앉아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화재 발생 31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매연과 분진이 광주 전역으로 퍼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금호타이어 화재, 주민들 목-눈 등 통증 호소1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주불이 약 31시간 40분 만인 오후 2시 50분경 진화됐다. 국가소방동원령이 해제된 오후 3시 기준 진화율은 95% 수준이다. 소방 당국은 2공장 내부 생고무와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정련공정 라인의 예열장치(오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 가운데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전날 고무, 타이어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공장에 불이 붙자 커다란 불길과 검은 연기 더미가 겹쳐 공장 일대는 한때 재난 지역을 방불케 했다. 화재 신고 5분 만인 17일 오전 7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경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관 462명, 장비 168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에서 대피하던 20대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조선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척추 골절 수술을 받았다.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주민 212명이 대피했다.1974년 설립된 이 공장은 연간 1200만개 타이어를 생산하는 등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의 약 45%를 차지한다. 공장 내부엔 타이어 제작용 고무 20t과 각종 화학물질이 놓여있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타이어의 원재료인 고무 및 합성수지 등은 가연성이 높은 물질로, 연소되면 유독 가스 등 연기와 열이 많이 발생해 진압이 어렵다”며 “타이어 고무가 대량으로 있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화재와 동시에 뿜어져 나온 유해 물질과 매연에 일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피소의 주민 중 53명은 구호센터 의료지원반에서 두통(27명), 목 통증(4명), 눈 통증(2명), 근육통 등 기타(20명) 등의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박모 씨(88)는 “화재 직후 집으로 시커먼 연기가 엄청나게 밀려와 구토를 할 뻔했다. 두통이 심해져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 암-호흡기 손상 가능성도… “주민 모니터링 필요”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호흡기 손상 등에 대한 정부의 추적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주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배출된 유해 물질은) 장시간 노출 시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 손상에 의한 호흡 기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방진 마스크 등을 쓰고 외출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기를 마신 공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건강 진단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국내외 연구에서 타이어 연소 시 나오는 유해물질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했다. 충남대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팀이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주민들의 상기도 감염, 폐질환, 편두통, 두드러기 및 홍반 등의 피부질환 발생이 증가했다. 미국 보건학술지 ‘환경보건 전망’(EHP)은 타이어 공장 화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은 폐질환과 신경계 질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조사에 따르면 폐타이어 연소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이 암, 돌연변이, 선천적 기형,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광주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금호타이어는 재고를 상당량 비축해 뒀고 곡성공장 등으로 생산지를 재배분할 수 있어 공급에 당장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국내 2위 타이어 업체인 금호타이어가 17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광주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향후 제품 생산과 매출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상당량 재고를 비축해 뒀고 곡성공장 등으로 생산지를 재배분할 수 있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1974년 설립된 광주 공장은 금호타이어가 국내에 보유한 세 곳의 공장(광주, 평택, 곡성)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공장이다. 하루 3만3000개, 연간 120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어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 능력(연 2700만개)의 45%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생산 시설이다. 금호타이어는 완성차 업체까지 공장 중단 여파가 번지지 않도록 곡성공장 및 해외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이전하고 확보해 둔 재고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공장 복구가 장기화할 경우 교체용 타이어 생산을 줄이고 신차용 타이어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현대자동차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금호타이어 제품 전량을 곡성공장에서 받고 있어 일본 수출 물량 등 생산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GGM은 현재 내연기관차 타이어 3000본, 전기차 타이어 4000본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도 금호·한국·넥센타이어 등 복수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고 일부 재고 물량도 남아 있어 당장 자동차 생산에는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다만 이번 화재로 금호타이어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2023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이후 고부가가치 타이어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 폭을 키워왔다. 지난해에는 매출 4조5381억 원, 영업이익 5906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고, 올해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아직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아 구체적인 손실 집계는 어렵다”고 했다.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광주공장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소방 당국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해 화재 진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비상대책반을 구성,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첫날부터 따로 만나 관세 문제 등을 두고 또 협의에 나섰다. 관세 전쟁을 벌여 온 미중이 관세 유예 등에 나선 지 닷새 만이다. 한국 정부도 이틀 연속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별도로 만나 고위급 통상 협의를 이어간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국의 통상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국 수장이 그리어 USTR 대표와의 일대일 면담에 열을 올리면서 APEC 통상장관회의가 각국의 대미 관세 협상 2막 무대가 됐다는 평가다. 그리어 USTR 대표는 HD현대와 한화오션 경영진들과 16일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5일 만에 협상 테이블 앉은 미중 15일 오후 그리어 USTR 대표와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겸 부부장은 APEC 통상장관회의가 열린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미중의 첫 고위급 통상 협상에서도 얼굴을 맞댄 바 있다. 스위스 제네바 통상 협상에서 양국이 90일 동안 서로에게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는 데 합의했던 만큼 이날 면담에서도 관세를 두고 논의를 이어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밤 그리어 USTR 대표를 따로 만나 미국의 관세 조치 관련 주요국과의 협상 동향과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16일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그리어 USTR 대표와 양자 회담에 나선다. 이틀 연속 릴레이 협의를 통해 한미 양국은 실무진에서 그간 진행해 온 논의를 중간 점검할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가 한국에 와 있을 때 최대한 협의를 순서 있게, 질서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면제, 조선업 협력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전에는 리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겸 부부장을 만나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10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통상장관회의는 10, 11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경제, 통상 의제 등을 조율하기 위해 개최됐다.● 각국 “그리어 만나자” 치열한 관세 외교전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석하면서 APEC 통상장관회의에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물밑 외교전이 벌어졌다.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지속 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 등을 논의하는 회의지만 각국은 그리어 USTR 대표와의 회의장 밖 일대일 면담에 공을 들였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의 참석 여부가 20개국 통상장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이었다”며 “그리어 대표가 참석한다고 하니 차관이 온다고 했다가 장관으로 바뀐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개막식이 열린 이날 그리어 USTR 대표가 ICC 회의장에 들어서자 각국 통상장관들이 그에게 다가가 인사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일본의 통상 수장인 무토 요지(武藤容治) 일본 경제산업상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던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외무성과 경산성의 부대신이 제주를 찾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핵심 통상 수장이 그리어 대표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건너뛰었다”며 “자동차 관세 면제 없이 협상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일본이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HD현대와 한화오션 경영진과도 16일 제주에서 만난다. 양측의 면담은 미국 무역대표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상선 및 군함 건조와 MRO(보수·수리·정비) 등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와 그리어 USTR 대표의 면담 결과는 안 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의 양자 회담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낼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호 MRO 사업을 수주한 뒤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제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즐길 준비 되셨나요, 가도 될까요, 레츠 고! 노래 크게 틀어주세요, 더 크게!” 무대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시민 100여 명이 개그우먼 김혜선 씨의 구호에 맞춰 하늘로 높게 뛰어올랐다. 14일 ‘2025 서울헬스쇼’ 개막 둘째 날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따뜻한 봄 햇살 아래 헬스쇼를 만끽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 트램펄린 타고 하늘 높이 ‘건강 점프’김 씨가 진행하는 점핑머신(트램펄린) 운동 프로그램은 시작 전부터 정원이 넘는 120명의 사전 신청자가 몰리며 기대감을 모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낮 12시 반부터 잔디밭에 설치된 점핑머신 위에서 팔을 좌우로 흔들며 뛰었다. 처음에는 서툴렀던 시민들도 금세 적응해 상체와 하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서영미 씨(45)는 “점핑머신 운동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10kg 넘게 감량했다”며 “운동할 때는 힘들지만 땀 흘리고 나면 산 정상에 오른 것처럼 개운하다”고 말했다. 1시간 반가량 이어진 프로그램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녹초가 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안상연 씨(44)는 “땀이 많이 났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운동했다”며 “신나는 음악과 강사님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오후 3시 반부터는 ‘재키사이클 스피닝 체험’이 열렸다. 스피닝은 음악에 맞춰 자전거를 타는 운동으로,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체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다. 시민 70여 명은 사이클을 타고 봄바람을 맞으며 신나는 노래와 함께 페달을 밟았다. 행사가 끝날 때쯤 시민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임정인 씨(47)는 “야외에서 스피닝에 참여한 게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분”이라며 “스피닝을 한 후 확실히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체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 망치 내려치고 스트레스도 날려 오전 10시 ‘액티브 존’에서는 ‘회전 골프 퍼팅’에 참여하려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회전 골프 퍼팅은 골프공을 3번 쳐서 10개 구멍이 새겨진 원판에 1번 들어가면 된다. 다만 10개 구멍 중 스티커가 붙어 있는 3개 구멍에만 공을 넣어야 한다. 타석에서 원판까지 거리는 1m 정도. 직장인 김모 씨(49)는 “평소 꾸준히 골프 연습을 했지만, 생각보다 공을 넣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풀업(턱걸이) 이벤트에도 방문객들이 몰렸다. 턱걸이 12개 이상을 한 남성과 3개 이상 한 여성은 ‘턱걸이 대마왕’ 칭호를 받는다. 아쉽게 대마왕 칭호를 받지 못한 김홍군 씨(61)는 “왕년에는 턱걸이를 20개씩 했다”며 “45년 만에 턱걸이를 다시 하려고 하니 요령을 모두 잊었다. 앞으로 꾸준히 팔 운동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거대한 망치를 힘껏 내려치고 내려친 힘의 크기에 따라 점수를 받는 ‘파워 해머’도 인기를 끌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윤순애 씨(60)는 “커다란 망치로 내려치니 수십 년 묵었던 스트레스가 모두 풀렸다”며 웃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은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직장 동료와 가족, 친구들과 함께 ‘2025 서울헬스쇼’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부모님을 따라온 어린이부터 손을 맞잡은 노부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인공암벽 등반부터 철봉 턱걸이까지 땀 흘리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각종 이벤트가 마련됐다. 국립공원공단 인공암벽장 부스에 참여한 허서연 양(11)이 7m 높이의 인공암벽 정상을 약 40초 만에 오르자 이를 지켜보던 허 양의 어머니와 친구들이 환호했다. 허 양은 “암벽에 올라 바닥을 보니 순간 무서웠지만 응원을 받고 골인 종을 울리기 위해 힘을 냈다”며 웃었다. 낮 12시부터는 단체 줄넘기 대회가 진행됐다. 17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이인정 씨(32) 팀이 64회를 기록하며 ‘줄넘기왕’에 등극했다. 이 씨는 “오늘이 회사 창립기념일이기도 한데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상품으로 받은 회식비 200만 원으로는 동료들과 고기 파티를 하러 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3시가 되자 메인 무대 앞은 줌바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색색의 운동복을 입은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인근 어린이집에서 온 아이들은 단체로 형광색 띠를 두른 채 선생님 손을 꼭 잡고 광장을 걸었다. 교사 김예지 씨(28)는 “작년에 아이들이 헬스쇼에서 즐겁게 놀던 게 기억에 남아 올해도 함께 산책하러 왔다”고 했다. 일몰 시간에 맞춰서는 ‘도심 속 선셋 요가’ 행사가 열렸다. 날이 어둑해지자 서울광장은 거대한 캠핑존으로 변모했다. 시민들은 ‘도심 속 불멍 타임’에 참여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퇴근한 직장인들은 푹신한 빈백에 기대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모닥불을 바라보며 바쁜 일상 속 여유를 만끽했다. 서울헬스쇼는 15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14일에는 개그우먼 김혜선과 함께하는 ‘점핑 머신 체험’, 실내 자전거 체조 그룹과 즐기는 ‘재키사이클 스피닝 체험’ 등 여러 행사가 열린다. 자세한 행사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잇따른 화재 사고로 내리막길을 걷던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에 등록된 신차 중 전기차가 총 5만692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만6803대)보다 37.7% 늘었다. 2022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전기차 시장은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소비자로부터 서서히 외면받았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며 안전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기차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이후 신차 출시에 힘입어 판매량을 회복했다. 특히 기아 ‘EV3’와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 저가 소형 모델들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볼보의 ‘EX30’, 비야디(BYD)의 ‘아토3’ 등 수입차들까지 가세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전기차 등록 대수는 연료별로 비교해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4월 하이브리드차는 14만8144대가 등록돼 전년(13만693대) 대비 13.3%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1.6% 감소한 26만4116대가 등록됐다. 경유차와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은 등록대수가 각각 25.5%, 7.6% 감소했다. 그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려 주춤했던 세단 역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1∼4월 신규 등록된 세단은 14만6884대로 전년 동기(13만3366대)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SUV(27만9826대)가 증가율 3.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차량 가격이 줄곧 상승하는 등 고물가와 함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동급 SUV 대비 연료 효율이 높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세단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는 2788만∼3869만 원 선으로 동일 제조사의 동급 SUV ‘싼타페’(3492만∼4598만 원)보다 약 700만 원 저렴하다. L당 공인 연비도 쏘나타가 9.4∼13.5km로 싼타페(9.7∼11km)보다 우수하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지난해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관세의 영향이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부품업계는 올해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된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 83곳(현대모비스·현대위아 제외)의 영업이익이 3조4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기 둔화와 내수 침체로 완성차 업황이 저조했던 것이 부품업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794만7170대로 전년보다 0.6% 감소했다. 특히 내수 판매량은 6.4% 줄어든 135만8842대에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14만5000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까지 관세 부과 범위를 확대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부품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대미 수출 비중은 2020년 29.5%에서 지난해 36.5%로 늘며 대미 의존도가 커졌다. 이에 더해 완성차 업계가 관세 여파로 생산 감소와 실적 악화에 직면할 경우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부품업계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영향은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이미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생산량은 올해 1∼4월 139만6260대로 전년 동기(141만5755대) 대비 1.4% 감소했다. 향후 자동차 가격 인상 가능성도 부품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앞서 현지(미국)에 확보해 둔 재고를 활용해 다음 달 2일까지 가격을 동결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이라며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경우 공급망에 참여하는 부품업계도 함께 부담을 떠안으며 수익성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계는 우선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 조지아주에 완공한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을 본격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현지 생산량이 늘면 반대로 국내 생산량이 줄어 국내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협상력이 떨어지는 2, 3차 협력 업체들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들의 경우 1차 협력사처럼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따라 나가기 어려워 현지화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이익률도 1∼2%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미국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의 선박과 중국산 선박을 대상으로 추가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 해운 및 물류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활용하기 위해선 먼저 ‘몸집 불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해운기업인 HMM은 올 3월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수준이다.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미국이 최근 중국 선사와 선박을 대상으로 추가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화주들이 중국 선사와 선박 이용에 부담을 느끼게 되면 중국 선박 비중이 낮은 한국 선사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호적인 대외 환경 속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한국 국적 선사가 선제적으로 선복량을 늘릴 수 있도록 금융 지원 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계 해운업은 HMM을 포함해 MSC, 머스크 등 상위 10개 선사 위주로 재편이 이뤄진 상황이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대부분을 장악한 이들은 해상 운송을 넘어 물류로 사업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물류 쪽도 미국의 중국 규제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기 위해선 먼저 대형화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한국이 세계 7위 무역국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톱 50’ 글로벌 물류기업 중 한국 기업은 CJ대한통운과 LX판토스 단 2곳에 불과하다”며 “세계적인 물류업 흐름에 맞게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하는 국내 물류 시장을 대규모 사업자 위주로 개편하고 재등록 평가제 등을 도입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메가 포워더(대형 물류기업)’ 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미국이 수입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국가안보 위협 조사에 나선 가운데 한국무역협회가 한국 무역업계 입장을 담은 공식 의견서를 7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된 품목 관세 25%도 이 법에 근거했다. 무역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한국의 대미(對美) 반도체 수출은 대부분 범용재 성격의 메모리 반도체이고,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장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며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한국(對韓國) 반도체 장비 수출은 지난해 기준 39억3000만 달러(약 5조5000억 원)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전체 수출의 20.1%를 차지한다. 이에 노트북, 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하게 설정된 반도체 파생 제품의 대상 범위를 축소하고, 반도체 웨이퍼, 스마트폰 등에 대해서는 관세가 이중으로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의약품의 경우 미국 원료 의약품을 기반으로 생산한 완제 의약품이나 미국 기업의 위탁을 받아 생산한 제품 등에 대해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포스코홀딩스와 LG화학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손잡는다. 양사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국책사업에 참여해 탄소 저감 및 자원화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LG화학, 한국화학연구원, 경상북도 등과 ‘철강산업 CCU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초대형 사업에 참여한다고 7일 밝혔다. 연내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2026년부터 실증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철강산업 CCU 컨소시엄은 포항제철소 제철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활용해 합성가스(일산화탄소+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실증한다. 이렇게 생산한 합성가스는 제철 공정에 다시 투입해 석탄 대신 쇳물을 만들기 위한 환원제로 활용할 수 있다.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화학제품의 원료로 외부에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사업에서 제철소 부지와 부생가스를 제공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및 메탄올 합성 등 제철 공정의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을 맡는다. LG화학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메탄건식개질(DRM) 기술 실증을 담당한다. 이종구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이번 LG화학과 포스코홀딩스 간의 협력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철강과 화학산업이 함께 주도하는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수 포스코홀딩스 CTO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한편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양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HD현대는 글로벌 해운·물류 기업 A.P. 몰러 머스크(머스크)와 ‘탈탄소 해운 기술 발전 및 글로벌 통합 물류 서비스 분야의 포괄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MOU를 통해 머스크는 HD현대가 개발한 선박 탈탄소 기술을 자사 선단에 적용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 머스크는 HD현대중공업이 인도한 컨테이너선에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의 항해 최적화 솔루션 ‘하이나스’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인공지능(AI) 기반 탈탄소·경제운항 솔루션 ‘오션와이즈’를 적용하고 6개월간 시범 운항할 예정이다. HD현대는 머스크가 참여하는 해운 네트워크인 ‘동서 항로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일부 계열사에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계열사 전반에 머스크의 통합 물류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고차 렌털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신차 구매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중고차 렌털을 대안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렌털은 감가상각된 중고차의 가격 경쟁력과 렌터카의 편의성을 결합한 서비스로 소비자는 취득세, 보험료, 자동차세 등 부가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렌탈의 렌털 사업에 투입된 신규 중고차는 분기당 평균 965대로 전년(474대)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분기당 평균 1176대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렌털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롯데렌탈뿐만이 아니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기존의 중고차 매각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중고차 렌털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건 중고차 렌털 사업에 유리하도록 법·제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입법 예고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렌터카 운용 가능 연한이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되고, 출고 1년 미만 차량만 렌터카로 전환할 수 있던 규정도 2년으로 완화된다. 이를 통해 사업자들은 감가된 중고차를 저렴하게 매입해 렌터카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2018년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입이 제한됐던 단기 렌터카 업종이 지난해 말 해제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 같은 대기업과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 비야디(BYD) 역시 최근 중고차 수입·유통 법인을 신설하는 등 중고차 렌털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점쳐진다. 가격 경쟁력은 보유했지만 ‘브랜드 인식 개선’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 BYD에 렌터카 사업은 자사 차량의 상품성을 국내에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신차급 중고차를 1∼2년만 이용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며 앞으로 차량 교체 주기가 스마트폰처럼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기 침체로 부채가 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한 고객층이 계약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중고차 렌탈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업체들의 중고차 렌털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플랫폼 스타트업도 등장하며 시장 경쟁을 다각화하고 있다. 예컨대 사고 대차 사업을 하던 기업 가운데 보유 차량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을 지원함으로써 부가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는 식이다. 중고차 렌털 플랫폼 ‘다시타’를 운영하는 장현식 링크모빌리티 대표는 “중소 렌터카 업체들이 대기업, 금융권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산정할 수 있도록 견적기를 만들어 플랫폼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렌털 시장은 신차 대비 합리적인 가격, 유연한 이용 기간, 즉시 출고, 사후 관리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대기업과 신생 플랫폼, 완성차 업체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시장은 한층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고차 렌탈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신차 구매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중고차 렌탈을 대안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렌탈은 감가상각된 중고차의 가격 경쟁력과 렌터카의 편의성을 결합한 서비스로 소비자는 취득세, 보험료, 자동차세 등 부가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렌탈의 렌탈사업에 투입된 신규 중고차는 분기당 평균 965대로 전년(474대)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분기당 평균 1176대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렌탈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롯데렌탈뿐만이 아니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기존의 중고차 매각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중고차 렌탈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건 중고차 렌탈 사업에 유리하도록 법·제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입법 예고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렌터카 운용 가능 연한이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되고, 출고 1년 미만 차량만 렌터카로 전환할 수 있던 규정도 2년으로 완화된다. 이를 통해 사업자들은 감가된 중고차를 저렴하게 매입해 렌터카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와 더불어 2018년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입이 제한됐던 단기 렌터카 업종이 지난해 말 해제되면서 현대차·기아와 같은 대기업과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 비야디(BYD) 역시 최근 중고차 수입·유통 법인을 신설하는 등 중고차 렌탈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점쳐진다. 가격 경쟁력은 보유했지만 ‘브랜드 인식 개선’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는 BYD에 렌터카 사업은 자사 차량의 상품성을 국내에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신차급 중고차를 1~2년만 이용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며 앞으로 차량 교체 주기가 스마트폰처럼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경기 침체로 신용도가 낮아진 고객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업체들의 중고차 렌탈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플랫폼 스타트업도 등장하며 시장 경쟁을 다각화하고 있다. 예컨대 차량 사고가 줄면서 가동률이 떨어진 사고 대차 중소 업체를 대상으로 부가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는 식이다. 중고차 렌탈 플랫폼 ‘다시타’를 운영하는 장현식 링크모빌리티 대표는 “중소 렌터카 업체들이 대기업, 금융권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산정할 수 있도록 견적기를 만들어 플랫폼화시키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렌탈 시장은 신차 대비 합리적인 가격, 유연한 이용 기간, 즉시 출고, 사후관리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대기업과 신생 플랫폼, 완성차 업체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시장은 한층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노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년 연령을 65세로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서 부작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일 발표한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한 노동시장 과제’ 보고서를 통해 “높은 임금 연공성, 낮은 고용 유연성, 이중 구조화된 노동시장, 청년 취업난 등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법정 정년은 현행 60세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2013년 정년 60세가 법제화되고 2017년 모든 사업장에 도입된 후 노동시장에서 임금피크제 소송 급증, 조기퇴직 증가, 조직 활력 저하 등 부작용이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 건수는 2022년 121건에서 2023년 250건을 거쳐 2024년 292건으로 늘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되, 임금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제도다. 기업이 고정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오히려 산업 현장에서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명예퇴직, 권고사직, 경영상 해고를 이유로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한 조기 퇴직자 역시 2013년 32만3000명에서 2024년 60만5000명으로 87.3% 증가했다. 경총은 인사 적체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 젊은 직원들의 승진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 악화로 이어져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1000명 이상 사업장 청년 고용은 2017년 대비 11.6% 감소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60∼64세 정규직 근로자 59만 명을 추가 고용해야 하며, 그 비용이 연간 30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20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법정 정년을 일률적이고 강제적으로 연장할 경우 그만큼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활성화해 고령자의 일할 기회를 확보하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도 함께 보장하는 세대 공존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하만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기아의 준중형 전기 세단 ‘EV4’에 하만카돈의 카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이 채택됐다고 30일 밝혔다. 하만카돈이 만들어 내는 세련된 음향 환경은 EV4가 선보이는 운전의 즐거움을 배로 만든다. 기아와 하만의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협업해 설계한 EV4의 카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에는 8개의 스피커와 외장 앰프가 적용됐다. 앞좌석 좌우측에는 두 개의 트위터와 우퍼가 장착돼 2웨이 시스템을 이룬다. 대시보드 중앙에 있는 미드 트위터 스피커는 안정적인 음장을 선사한다. 좌우 뒷좌석 문에는 풀레인지 스피커가 내장돼 중고역대 음으로 공간감을 구현한다. 디자인 역시 아이코닉한 60도 그릴 패턴이 적용돼 EV4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 하만인터내셔널은 2015년부터 기아에 하만카돈 카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해 왔다. 니로, 타스만, EV3, EV4를 비롯해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텔루라이드 모델에도 탑재되고 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중·단거리 노선에서 승객을 많이 실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최근 잇달아 고급 좌석을 늘리고 있다. 포화된 LCC 시장에서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과 함께 대형항공사(FSC) 승객 수요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7월 24일 운항을 시작하는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을 갖춘 항공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비즈니스 라이트는 좌석 3개가 들어가던 면적에 2개 좌석만 배치해 여유 공간을 넓힌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다. 제주항공은 올 2월에도 B737-8 항공기를 새로 들여오며 비즈니스 라이트석을 갖춘 항공기 라인업을 기존 4대에서 5대로 늘렸다.이러한 좌석 고급화 흐름은 LCC 전반에 퍼져 있다. 진에어는 2014년 좌석 간 간격이 일반석보다 15cm 더 넓은 ‘지니 플러스’ 좌석을 도입했고, 2021년에는 전용 카운터 우선 체크인 등 서비스 혜택까지 더한 ‘지니 비즈’ 좌석을 신설했다. 티웨이항공은 2022년 A330-300 항공기에 플랫베드형 ‘비즈니스 세이버석’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2월부터는 B777-300ER 항공기에서 ‘수퍼 프리미엄 존’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주요 LCC들이 ‘양보다 질’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이코노미 좌석은 비수기나 항공권 공급이 과잉될 때 가격을 크게 낮춰 판매하거나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2010년대 후반부터 신생 LCC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장 포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전체 좌석 수는 줄더라도 수익성이 높고 고정 수요층이 있는 고수익 좌석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영 방향을 바꾼 것이다. 같은 등급 좌석이 대형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전용 카운터 우선 체크인, 빠른 짐 찾기와 같은 각종 서비스와 기내식, 어메니티까지 제공하다 보니 실제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제주항공 비즈니스 라이트석의 경우 이용객 수가 2023년 3만7000여 명에서 2024년 4만4000여 명으로 19% 증가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FSC 역시 일등석을 축소하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B777-300ER 항공기에 일등석을 없애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단가가 1000만 원이 넘는 일등석의 경우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큰 손해로 직결된다. 이에 일등석을 없애면서 확보한 자리에 운영비용이 낮고 수익성은 일반석보다 좋은 중간 등급의 좌석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LCC와 FSC의 타깃 수요층이 겹치며 ‘고객 모시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관광객이나 단체 수요에 집중해 왔던 LCC들이 수익성이 높은 기업 고객까지 전환 유치에 나섰다”며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사이 중간 등급 좌석에서 대형항공사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현대제철이 탄소 저감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2023년 국내 최초로 H형강에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환경부로부터 철근에 대한 ‘저탄소 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저탄소 제품 인증은 환경부로부터 부여받은 환경성적표지(EPD) 인증 제품 중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동종 제품 평균 대비 낮은 탄소배출량을 보유한 제품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저탄소 인증 제품은 환경부에서 인정한 녹색제품에도 해당해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공기관의 의무 구매 제품으로 채택된다. 이와 더불어 주거 및 비주거 건축물에 저탄소 제품 자재를 사용할 경우 건물의 환경성을 평가하는 ‘녹색건축인증(G-SEED)’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녹색건축인증에서 우수 등급 이상을 받는 건축물은 용적률 완화, 취득세 경감 등 혜택이 주어진다. 현대제철은 스크랩을 주원료로 하는 전기로 방식을 통해 철근과 형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기로 방식은 스크랩을 재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고로 방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낮다는 특성이 있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현대건설과 함께 탄소저감형 건축모델을 구축해 탄소중립사회를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저감형 건축모델의 핵심은 건설 자재를 탄소저감형 자재로 교체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 건축모델에는 현대제철이 생산한 탄소저감형 철근과 형강이 사용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저탄소 제품 인증은 현대제철의 구체적인 전기로 기술 및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으로 탄소 저감 소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