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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불안이 부른 유럽 ‘징병제 부활’한동안 징병제를 폐지했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 우려와 국방력을 강화하라는 미국의 압박으로 징병제를 부활시켰거나, 재도입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징병제를 둘러싼 유럽 주요국의 움직임과 갈등을 짚어봤다.》“독일군을 유럽 최강 군대로 만들겠다.”(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모든 유럽 동맹국이 위협에 맞서 진전을 이루는 지금, 프랑스가 가만히 있을 순 없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기가 커진 유럽 각국에선 징병제 부활 등 군복무제 개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로 “미국이 유럽을 돕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른바 ‘유럽 자강론’이 확산되면서 국방비 부담을 늘리는 한편 병력 자원 확보를 위한 징병제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냉전 시기의 유물이 부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뿐 아니라 최근 전쟁을 겪은 이스라엘, 중국의 침공 위협에 직면한 대만도 군복무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징병제 반대 여론이 일고 있고, 유럽 각국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 실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각국의 징병제 관련 동향과 실현 가능성 등을 살펴봤다.● ‘영세 중립국’ 스위스도 징병제 확대 논의2011년 징병제를 폐지한 독일 연방의회는 5일 군복무제 도입안을 가결했다. 찬성 323표, 반대 272표로 의회를 통과한 병역법 개정안에 따라 2008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모든 남성은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일 정부는 자원 입대를 유도하되, 목표 병력을 채우지 못하거나 안보 비상 상황이 생기면 ‘필요 기반 징집’을 시행키로 했다. 독일 안팎에서 새로운 군복무제를 ‘잠재적 의무복무제’로 보는 이유다. 독일 정부는 18만3000명의 현 병력 수준을 2035년까지 26만 명으로 늘리고, 예비군 20만 명을 추가로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다. 10대 청소년들은 국가가 자신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발표된 독일 통합이주연구센터(DeZIM)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8세 청년층에서 입대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서유럽 최대 군사강국인 프랑스는 내년부터 자발적 군복무제를 시행한다. 프랑스는 2000년 징병제를 폐지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징병제 재도입 논의에 착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위험을 피하는 길은 오직 대비뿐”이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국가 복무(SNU)’ 계획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여름부터 18, 19세 청년을 중심으로 10개월간 유급 군사훈련이 시행될 예정이다. 지원자는 월 최소 800유로(약 118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수료 후 직업 군인으로 지원하거나 예비군에 편입된다. 내년 3000명을 시작으로 2035년 5만 명까지 훈련 참가자 규모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활용해 향후 10년간 총 5만 명의 병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현재 프랑스는 현역 20만 명, 예비군 4만7000명 등 약 25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이 특히 큰 폴란드는 지난달 22일 전국민 대상의 군사훈련 프로그램인 ‘준비태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현재 예비군을 포함해 20만 명 규모인 군 병력을 향후 50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민간인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까지 민간인 10만 명을 전시 자원봉사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참여자는 3주간 주말을 활용해 기초훈련, 생존훈련, 응급처치 훈련, 허위정보 판독 훈련 등을 받게 된다. 폴란드 국방부는 “2주 만에 민간인 1만8000명이 지원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며 지원자의 45%가 여성이라고 했다. 크로아티아도 내년 징병제 부활을 확정했다. 19∼29세 남성을 대상으로 2개월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화해 예비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징병제를 운영 중인 유럽 국가들은 관련 제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9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덴마크는 당초 2027년으로 계획한 여성 의무 복무 도입 시기를 2년 앞당겼다. 이에 따라 올 7월부터 만 18세가 되는 여성에게 소집 통지서가 발송되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징병 검사에선 여성도 남성처럼 추첨번호를 뽑아야 하고, 지원자가 부족할 경우 강제 징집될 수 있다. 덴마크는 의무복무 기간도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릴 계획이다.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군은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며 “성별과 관계없이 가장 유능하고 의욕적인 덴마크 청년들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유럽 내 안보 지형이 급변하면서 대표적인 중립국인 스위스도 지난달 여성의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현재 스위스는 징병 대상 연령 남성들의 병역이나 민방위대 참여가 의무화돼 매년 3만5000여 명의 남성이 의무복무하고 있다. 여성 병역 안건은 반대율 78%로 부결됐지만, AP통신은 “유럽 내 안보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립국인 스위스에서조차 병역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고 진단했다. 이 외에도 스위스는 지난해 군 예산을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까지 조기 증액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등교 거부’ 운동 등 징병제 반발 움직임 유럽 각국의 징병제 도입 움직임에 젊은층들 사이에선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선 최근 베를린, 쾰른 등 약 90개 도시에서 청소년들이 등교 거부 운동을 벌였다. 특히 내년에 18세가 돼 징병검사 대상이 되는 2008년 이후 출생 청소년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다” “삶에서 반년을 막사에 갇혀 제식과 복종을 훈련받고 살해 기술을 배우며 보내고 싶지 않다”는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징병제에 반대하는 독일 청년들의 명분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등교 거부 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단체 ‘징병제에 반대하는 학생 파업’은 “독일 기본법(헌법) 4조 3항은 ‘무기를 드는 군 복무를 누구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삶을 꾸려 갈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강 노력이 전쟁 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한 고교생은 “왜 전쟁을 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느냐”며 “그것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뿐이다”라고 폴리티코 유럽판에 전했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길 원치 않는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 등 징집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당면한 안보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누구든 시위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 민주주의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다”라면서도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싶다면 그것을 위해 나서서 지킬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맞서 국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 프랑스에선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방 예산을 67억 유로(약 11조4600억 원)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파리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국방 부문에서만 예산을 늘리는 건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우리 연금을 위한 파업” “사회 및 재정적 정의를 위하여”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유럽 재정 적자도 징병제 도입에 걸림돌유럽 각국의 부족한 재정 여력도 징병제 도입 등 국방비 증액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정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EU에 따르면 징병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은 올 1분기 기준 GDP 대비 정부 부채가 각각 114.1%, 62.3%에 이른다. 폴란드(57.4%), 크로아티아(58.4%) 등은 간신히 기준을 넘지 않은 상황. 한참 일할 나이의 청년들을 군대에 모아놓으면 경제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독일 재무부는 연구 보고서에서 징병제 시행 시 국민총소득(GNI)이 0.4%(약 30조 원) 감소할 거라고 전망했다. 독일 재무부는 “징병제보다는 독일군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 독일군을 매력적인 고용주로 만드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군인의 처우를 향상하는 등의 방식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프랑스 정부 산하 자문기관인 고등전략계획청도 6개월간 7만 명의 군인을 훈련시키는 데 연간 17억 유로(약 3조 원)가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징병은 시민들을 자신들의 기술과 재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일자리로 내모는 제도”라며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있고, 세계 무역질서가 뒤흔들리면서 유럽 경제는 막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가상화폐 테라, 루나 폭락 사태를 주도해 투자자에게 최소 400억 달러(약 59조 원)의 손실을 입힌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34·사진)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사기, 사기 공모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2년보다 높은 형량이다.재판을 주관한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약 한 시간 동안 권 씨의 양형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그를 꾸짖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남용하고 진실을 덮으려 거짓말을 반복했다며 피해 규모 면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a fraud on an epic, generational scale)”이라고 질타했다. 아직도 권 씨를 옹호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를 언급하며 “컬트 추종자 같다”고도 했다.다만 그는 권 씨에게 “일련의 사건에도 당신은 아직 젊다. 희망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권 씨 아내의 탄원서가 인상적이었다며 아내에게 감사하라고도 했다. 권 씨는 “감사하다”고 답했다.권 씨는 미국 검찰과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거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한 후 미국 측에 한국으로의 송환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받아들여진다면 남은 형기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의 ‘권력 중심지’ 마이애미가 그에게 경고를 보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 “마이애미의 민주당 시장 당선은 ‘지각 변동(seismic shift)’이다.”(영국 가디언) 9일(현지 시간) 실시된 미국 플로리다주 최대 도시 마이애미의 시장 선거 결과에 대한 각국 언론의 논평이다. 야당 민주당의 백인 여성 후보 아이린 히긴스(61)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집권 공화당의 쿠바계 에밀리오 곤살레스 후보에게 19%포인트 차로 압승했다. ‘공화당 텃밭’ 마이애미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이 탄생한 것은 1997년 이후 28년 만이며 여성 시장은 사상 최초다. 공화당은 같은 날 치러진 조지아주 주 하원의원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지난달 4일 실시된 뉴욕 시장, 버지니아 및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모조리 패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의 참패가 잇따르자 백악관과 공화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30%대에 불과하다. 관세 등 그의 정책에 대한 논란이 크고 사상 최장 기간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까지 겹치면서 국민 불만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그의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가능성을 거론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트럼프가 정점을 지났나(Has Trump passed his peak)?’ 칼럼에서 잇따른 지선 참패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방’ 마이애미 시장 28년 만에 내준 공화당이번 선거에서 서민 주거 안정 등을 강조한 히긴스 당선인은 59.5%를 얻어 반(反)이민 등을 주창한 곤살레스 후보(40.5%)에게 압승했다. 그는 특히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다. WP는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자 대규모 단속은 물론이고 임대료 상승세에 대한 마이애미 시민의 반감이 선거 결과를 결정지었다고 논평했다. 마이애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주말을 보내고 해외 정상을 초청하는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와 불과 70마일(약 112km) 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 그의 기념 도서관도 들어선다. 역시 쿠바계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고향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곤살레스 후보를 지지했다.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그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인구 약 46만 명 중 라틴계가 67%인 도시에서 대통령이 후원한 쿠바계 후보가 대패하자 백악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정계에서는 대통령이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이 자충수가 되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다. WP에 따르면 일부 트럼프 측 인사들은 “곤살레스 후보에 대한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마이애미 시장 선거를 전국적 의제로 부상시켰다. 선거 패배의 책임 또한 대통령이 지게 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공화당은 같은 날 조지아주 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패해 기존 의석을 상실했다. 민주당의 에릭 기슬러 후보는 50.9%로 공화당의 맥 게스트 4세 후보(49.1%)에게 신승했다. 이번 선거는 마커스 위도워 전 공화당 주 하원의원이 사업에 전념하겠다며 사퇴해 실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이 지역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전 부통령을 12%포인트 차로 눌렀다. 역시 안방을 뺏긴 것이다. 공화당은 11일 북동부 텃밭으로 꼽히는 인디애나주의 선거구 조정안에도 실패했다. 현재 인디애나주의 연방 하원의원은 총 9석이고 이 중 7석이 공화당 몫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머지 두 석도 가져오기 위해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을 추진했으나 공화당 소속 주의회 의원들조차 “유권자의 반감만 커진다”고 반발해 주의회 통과가 무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이 당과 의회에서 적지 않은 균열과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민생 악화에 지지율 하락 뚜렷여론조사회사 갤럽의 지난달 28일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로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다. 같은 달 21∼24일 시사매체 이코노미스트,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의 조사에서도 그의 지지율은 31%에 그쳤다. 특히 경제, 의료 정책 등에 대한 불만이 높다. 11일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에 따르면 “대통령의 경제 운용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31%에 불과했다. 무역 및 외교(각각 37%), 이민(38%) 정책에 대한 지지율보다 훨씬 낮다.지난해 전체로 전년 대비 2.3% 상승했던 미국의 식료품 물가는 올 1∼9월 누적으로 한 해 전보다 2.9% 올랐다. 셧다운 여파로 10, 11월 물가 지표가 발표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실제 상승세는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케어’ 관련 보조금 삭감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서민층의 불만을 키운다. 주요 도시의 임대료 또한 어지간한 직장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다. 현 상황을 뒤집을 만한 요인 또한 거의 안 보인다.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연방대법원의 관세정책 적법성 판결에서 행정부가 패소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작업 또한 지지부진하다. ‘희토류 무기화’를 앞세운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34)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주도해 40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의 손실을 입힌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 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권 씨에 대해 “당신의 범죄로 실제 사람들이 실제 돈 400억 달러를 잃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이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재판부는 이날 권 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한 시간가량을 할애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 사건은) 전대미문의 사기(fraud on an epic, generational scale)”라며 “연방 기소 역사상 권 씨만큼 큰 피해를 입힌 사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으로는 미래의 또 다른 권 씨를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또 재판부는 권 씨가 피해자들이 그에게 가졌던 신뢰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는 테라 투자자들에게 거의 신비에 가까운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씨를 옹호하는 투자자들이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를 언급하며 “일부 편지를 읽다 보면 아직도 ‘쿨에이드(Kool-Aid)’에서 깨어나지 못한 컬트 추종자들의 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권 씨는 이날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비난은 나에게 향해야 한다”며 “지난 몇 년 간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무엇을 달리 했어야 하는지, 지금이라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보냈다”고 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칭찬하기도 했다.또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 아내의 탄원서가 인상적이었다며 “당신은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문을 다 읽은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 일련의 사건에도 당신은 아직 젊다. 희망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권 씨는 “감사하다”고 답했다.당초 검찰은 권 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권 씨는 8월 사기 공모 및 통신망 이용 사기 등 2개 혐의를 인정하며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거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권 씨는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한 후 한국으로 송환을 요청할 전망이다. 국제수감자이송이 승인될 경우 권 씨는 남은 형기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최근 캄보디아와 무력 충돌 중인 태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9일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카지노와 케이블카 등을 공습했다. 두 나라 간 교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군력을 중심으로 군사력에서 우위인 태국이 공습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태국군은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군의 공습이 이어지며 수세에 몰렸지만 캄보디아 당국도 “우리가 먼저 대화를 시작할 일은 없다”며 대응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태국 현지 매체 타이PBS와 더네이션 등에 따르면 태국 공군은 이날 F-16 전투기와 JAS-39 그리펜 전투기 등을 이용해 캄보디아 오다르메안체이주 오스마치에 있는 로열힐 카지노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태국군에 따르면 이 카지노는 캄보디아군의 △무인기(드론) 운용 △ 다연장 로켓 발사기 BM-21 보관 △병력 집결 등을 위한 장소로 사용됐다. 태국군은 또 캄보디아가 국경 지대 인근 고지에 설치한 케이블카 시설도 공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가 케이블카를 군사 용품 등의 보급에 활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시하삭 푸앙껫께우 태국 외교장관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캄보디아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의 수석 고문인 수오스 야라는 로이터통신에 “지금부터 1시간 후 양측이 회담에 참석해 소통을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먼저 그 과정을 시작할 일은 없다”고 맞섰다. 또 “대화를 위해선 양측 모두가 동의하는 선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군의 공습으로 문화재인 타크라베이 사원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한편 올 10월 양국의 휴전 협정을 중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력 충돌이 다시 시작된 것과 관련해 “내일 (태국과 캄보디아에) 전화를 걸어야 할 것 같다”며 중재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푸앙껫께우 장관은 “우리는 관세가 태국을 휴전 협정으로 돌아오게 하거나 대화 프로세스로 복귀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 문제와 무역 협상의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 부과 등을 앞세워 휴전을 압박해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최근 캄보디아와 무력 충돌 중인 태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9일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카지노와 케이블카 등을 공습했다. 두 나라 간 교전아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군력을 중심으로 군사력에서 우위인 태국이 공습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태국군은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군의 공습이 이어지며 수세에 몰렸지만 캄보디아 당국도 “우리가 먼저 대화를 시작할 일은 없다”며 대응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태국 현지매체 타이PBS와 더네이션 등에 따르면 태국 공군은 이날 F-16 전투기와 JAS-39 그리펜 전투기 등을 이용해 캄보디아 오다르 민체이주 오스마치에 있는 로얄 힐 카지노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태국군에 따르면 이 카지노는 캄보디아군의 △무인기(드론) 운용 △ 다연장 로켓 발사기 BM-21 보관 △병력 집결 등을 위한 장소로 사용됐다. 태국군은 또 캄보디아가 국경 지대 인근 고지에 설치한 케이블카 시설도 공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가 케이블카를 군사 용품 등의 보급에 활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시하삭 푸앙껫께우 태국 외교장관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캄보디아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의 수석 고문인 수오스 야라는 로이터통신에 “지금부터 한 시간 후 양측이 회담에 참석한 후 소통을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먼저 그 과정을 시작할 일은 없다”고 맞섰다. 또 “대화를위해선 양측 모두가 동의하는 선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군의 공습으로 문화재인 타크라비 사원이 파손됐다고 전했다.한편 올 10월 양국의 휴전 협정을 중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력 충돌이 다시 시작된 것과 관련해 “내일 (태국과 캄보디아에) 전화를 걸어야 할 것 같다”며 중재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푸앙껫께우 장관은 “우리는 관세가 태국을 휴전 협정으로 돌아오게 하거나 대화 프로세스로 복귀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 문제와 무역 협상의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 부과 등을 앞세워 휴전을 압박해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이 무장 강도 전과자를 시장직 인수위원회 자문 위원으로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9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맘다니 당선인은 래퍼 출신 마이슨 리넨(49)을 시장직 인수위원회의 형사 사법 시스템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리넨이 과거 택시 기사를 상대로 무장 강도를 저지른 혐의로 복역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리넨은 1997년 6월 택시 기사 조지프 엑시리를 맥주병으로 때렸고, 1998년 3월에도 택시 기사 프란시스코 몬산토를 총기로 위협해 현금과 반지를 갈취한 뒤 도망갔다. 이 두 혐의로 리넨은 1999년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7년을 복역한 뒤 2006년 가석방됐다. 리넨은 당시 본인이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넨은 석방 이후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가를 지냈다.리넨의 임명 소식 이후 베니 보시오 미국 교정직원자선협회(COBA) 회장은 “전과가 있고 법을 어긴 전력이 있는 개인들에게 뉴욕시 형사사법 시스템의 미래를 설계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매우 충격적이다”고 전했다.리넨에 강도를 당했던 엑시리의 부인 또한 뉴욕포스트에 “미친 것이냐”고 되물으며 “그건 그에게 적합한 일이 아니다. 반대 시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엑시리는 지난해 심장마비로 숨졌지만, 강도 사건의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하고 지냈다고 그의 부인은 전했다.맘다니 당선인은 논란 있는 인물의 시장직 인수위원회 위원 선정에 대해 “우리는 17개의 다른 위원회에 소속된 400명 이상의 뉴요커들로 구성된 팀을 구성했으며, 이들은 뉴욕시의 정책과 정치의 유창성, 즉 실패한 장소를 계승한 뉴요커들”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도시를 건설할 때 그들의 모든 경험과 분석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맺었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사흘째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7일부터 재개된 교전으로 양측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쳤다. 태국과 캄보디아 모두 이번 충돌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6주 만에 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의 전쟁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를 통해 성과를 냈다”고 주장한 다른 국제 분쟁들도 최근 교전이 격화되거나 휴전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창하게 내세웠던 성과는 허술한 휴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태국 “협상 없어” vs 캄보디아 “반격할 것”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7일 두 달여 만에 재개된 캄보디아와의 국경지대 군사 충돌로 최소 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도 민간인 최소 7명이 태국군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가 국경 지역에서 먼저 로켓, 박격포, 무인기(드론)를 사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캄보디아의 선제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동원해 군사 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우린 휴전 협정을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태국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교전이 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협상은 없다”며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하삭 푸앙껫께우 태국 외교장관 역시 알자지라방송에 “캄보디아는 외교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의 아버지로 국가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훈 센 전 총리(현 상원의장)는 페이스북을 통해 “평화를 원하지만 영토를 지키기 위해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은 올 7월 11세기 크메르 유적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영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여 최소 48명이 숨졌다. 양측의 충돌은 올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태국 국경지대에서 지뢰 폭발로 태국 군인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며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재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인상하겠다며 휴전을 이끌어낸 것은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러-우, 가자지구, 민주콩고-르완다 분쟁 해결도 요원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던 다른 분쟁들도 휴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개전 2년 만인 올 10월 1단계 휴전에 일단 합의했다. 하지만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국제안정화군(ISF) 배치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 2단계 주요 이슈들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 차가 매우 크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그어진 경계선인 ‘그린라인’보다 가자지구 안쪽으로 수 km 더 들어간 지점에 그어진 ‘옐로라인’을 새로운 국경이라고 주장해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영토 문제에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한 지역) 전체를 자국 영토로 합병하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현재 전선’을 바탕으로 영토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돈바스의 약 88%를 점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둘러싼 입장 차도 크다. 유럽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는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길 원하지만, 러시아는 반발하고 있다. 30여 년간 이어진 분쟁을 해결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시한 민주콩고와 르완다 사이의 충돌도 재발했다. 양국이 평화협정을 맺은 지 하루 만인 5일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반군들이 민주콩고 정부군을 향해 공격을 가하면서 양측 간의 교전이 발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을 7일 공개했다. NDAA는 미국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정책 등을 승인하는 연례법안이며, 주한미군 관련 내용은 올 9월과 10월에 하원과 상원을 각각 통과했다. 또 상원과 하원은 최근 관련 내용에 대한 조정 및 합의를 거쳤다. 이번 NDAA에는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유지 △상호 방위기지 협력 강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NDAA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데 국방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도 못 박았다.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미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할 때마다 감축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9∼2021 회계연도 NDAA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관련 내용이 사라졌지만 이번에 다시 살아났다. 이를 두고, 미 의회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주한미군을 임의로 감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또 전시 작전 통제권을 미국 주도의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지휘체계로 전환하는 게 한미 양국이 합의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국방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을 상·하원의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할 경우 60일 뒤에 예산 사용 제한이 해제될 수 있다. 한편 NDAA에는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7만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고, 우크라이나에 2027 회계연도까지 매년 4억 달러 규모의 안보 관련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 의회는 연말까지 법안을 처리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 외교부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사망했다고 8일 밝혔다.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마체고라 대사가 6일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깊은 애도와 함께 알린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는 “북한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과 심화에 크게 기여한 외교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마체고라 대사가 사망한 장소나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마체고라 대사는 2014년부터 주북한 대사로 활동하며 북러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에도 평양에서 열린 북러 군사정치기관 교류 자리에도 참석했다.타스통신에 따르면 1955년생인 마체고라 대사는 1978년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했고, 1999년부터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을 7일 공개했다. NDAA는 미국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정책 등을 승인하는 연례법안이며, 주한미군 관련 내용은 올 9월과 10월에 하원과 상원을 각각 통과했다. 또 상원과 하원은 최근 관련 내용에 대한 조정 및 합의를 거쳤다. 이번 NDAA에는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유지 △상호 방위기지 협력 강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NDAA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데 국방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도 못박았다.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할 때마다 감축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9~2021 회계연도 NDAA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관련 내용이 사라졌지만 이번에 다시 살아났다. 이를 두고, 미 의회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게 ‘주한미군을 임의로 감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또 전시 작전 통제권을 미국 주도의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지휘체계로 전환하는 게 한미 양국이 합의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국방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을 상·하원의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할 경우 60일 뒤에 예산 사용 제한이 해제될 수 있다.한편 NDAA에는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7만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고, 우크라이나에 2027 회계연도까지 매년 4억달러 규모의 안보 관련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 의회는 연말까지 법안을 처리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뒤 중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양국이 서로 상대를 겨냥한 수출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7일 전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무역 분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이 일본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를 평소보다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부 당국자는 “중국이 희토류를 이용해 일본을 흔들려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희토류 강국’이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무역 갈등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간 것처럼 일본과의 갈등에서도 이를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2010년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중국은 희토류의 대일(對日)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2009년 85%에서 2020년 58%로 낮췄지만, 여전히 대중 의존도가 절반이 넘는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발 희토류 수출이 지연될 경우 일본 제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뒤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일중관계가 악화된 게 (희토류 수출 지연의) 배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일본 여행 자제령도 연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중국 주요 항공사들이 내년 3월 28일 이전에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편에 대해 무료로 취소나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중국 항공사들이 이달 말을 기한으로 발표한 해당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한 것.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CC)TV는 이번 달에 예정됐던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중 약 40%(1900편) 이상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중국의 공세에 맞서 일본 정부는 제3국을 경유해 우회 수출된 상품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반덤핑 관세는 외국 기업이 자국에서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값으로 상품을 수출할 때 부과하는 관세다. 최근 중국은 반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국에서 상품을 가공해 판매하는 우회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기로(電氣爐) 등에 쓰이는 중국산 흑연 전극이 올해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줄었지만, 제3국에서 수입이 늘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국 전투기가 일본 자위대의 전투기를 향해 2차례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해 일본 정부가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 전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레이더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이 의도적인 도발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전날 오후 4시 32분~35분 경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에서 발진한 J15 전투기가 오키나와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일본 자위대 F15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오후 6시 37분~7시 8분 경에도 일본 F15 전투기를 향해 조사했다.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7일 오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레이더 조사는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위험한 행위”라며 “이번 같은 사안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엄중히 건의했다”고 덧붙였다.레이더 조사는 공격 목표를 설정하거나 주변 상황을 탐색하기 위해 실시된다. 현재까지 중국이 어떤 목적으로 레이더 조사를 실시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중국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에 따른 피해는 없었다고 일본 방위성은 설명했다. 현재까지 중국 측은 일본 방위성의 입장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중국 항모 ‘랴오닝’은 5일부터 오키나와 인근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6일엔 미사일 구축함 3척과 함께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지나 태평양으로 진출해있다. 중국의 J15는 항모 갑판에서도 발착 가능한 전투기로, 러시아군 Su-33 전투기를 모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행거리는 약 3500km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일 중국 해군과 해경국 선박 100척가량은 동아시아 해역에 집결해있는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국내법과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며 관련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하버드대 정치연구소(IOP)가 4일(현지 시간) 30세 미만 미국인들이 심각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붕괴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IOP는 젊은층들에 대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IOP가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18∼29세 미국인 2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94%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57%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13%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64%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거나 실패했다고 답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에 대한 지지율은 29%로 나타났는데, 이는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26%, 27%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공화당을 나타내는 단어로 ‘부패(corrupt)’를 꼽았고, 민주당을 대표하는 단어로는 ‘약하다(weak)’를 꼽았다. 이처럼 미국 젊은층이 제도와 정치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배경으로 IOP는 경제적 불안감을 꼽았다. 응답자의 37%가 인플레이션을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으로 골랐으며, 의료(15%), 주거(12%) 등을 꼽은 이들도 많았다. IPO는 미국의 정치가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부모 세대보다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의 4분의 1은 ‘부모 세대보다 더 못살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공지능(AI)이 미래에 직업 측면에서 기회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응답도 44%를 기록했다. AI에 대한 불안감도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존 델라 볼프 IOP 여론조사국장은 “젊은 세대가 자신들을 지탱해야 할 시스템과 제도들이 더 이상 이 세대에게 안정적이고, 공정하며,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민주주의와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건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이 아틀라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처럼 전 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시대는 끝났다. 미국은 부유하고 발전된 수십 개 동맹국과 함께하고 있고, 이들 국가가 각자 지역에 대한 1차 책임을 맡고 공동 방위를 위해 훨씬 더 많이 기여하게 해야 한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상위 대외전략 지침으로 통상 대통령 임기(4년) 중 한 번만 발표되는 국가안보전략(NSS)을 4일(현지 시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패권 경쟁 중인 중국에 대한 억제를 강화하려면 한국과 일본 같은 핵심 동맹들이 자체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NSS에선 동맹국 역량 강화 목적에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도 포함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NSS에선 중국만 19번 언급돼 집중 견제 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북한은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아, 일단 안보 전략 우선순위에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NSS에선 3번,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NSS에선 17번 언급됐다. ● 제1도련선과 대만 방어에 동맹국 역할 강조 백악관은 이날 NSS에서 “우리는 제1도련선(島鏈線·First Island Chain) 어디에서든 침략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제1도련선의 동맹 및 파트너들이 미국 군대가 그들의 항구 및 기타 시설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국 방위비 지출을 늘리며, 무엇보다 침략 억제를 위한 역량에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데 외교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된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 전력을 대거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 너머로 옮길 수 있단 관측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다. 그 대신 미군 전략의 중심축이 한반도가 포함된 제1도련선에 있음을 확인했다. 또 제1도련선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 병력을 대폭 줄이진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NSS는 미국의 안방 격인 서반구에서의 위협에 대한 군사 배치 재조정을 언급해 일부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NSS는 제1도련선과 대만 방어를 위해 ‘동맹국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등 제1도련선의 동맹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상비군·방위산업 등을 확대해, 북한 위협 대응을 넘어 중국 견제에도 적극 동참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특히 대만 방어와 관련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 대만 관련 충돌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미국은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위한 어떠한 일방적 조치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군이 동맹국 항구 등 시설에 대한 접근권 확대를 요구하는 게 “제1도련선 전반의 해양 안보 문제와 상호 연계된다”며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나, 대만 방어가 불가능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미국과 동맹국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동맹 역할 강화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직접 연계됨을 나타낸 것으로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미 간 ‘동맹 현대화 협의’ 과정에서 중국 견제 동참에 대한 부분도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호관세 중심 둔 경제외교와 국경 통제 필요성 강조 백악관은 “NSS의 목표는 미국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우선주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의 핵심 원칙임을 확인한 것. 특히 미 우선주의를 달성하는 수단으론,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이자 무기인 ‘상호관세’를 중심에 둔 경제외교를 내세웠다. 또 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미국의 주권을 지키겠다고도 밝혔다. NSS는 “우리는 국경과 이민 시스템, 그리고 사람들이 합법·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통로가 되는 교통망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원한다”고 했다. 마약 밀매, 불법 이민, 외국의 로비 등 차단에 더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백악관은 4일(현지 시간) 공개한 최상위 대외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우리는 제1도련선(島鏈線·First Island Chain) 어디에서든 침략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라며 “우리 동맹국들은 집단 방위를 위해 더 많이 지출하고, 더 많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부담 분담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우리(미국)는 이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봉쇄선으로 통하는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아시아태평양 전략 중심에 두겠다고 확인하며, 중국 견제에 안보 전략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NSS는 제1도련선 방어와 관련해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려거나, 방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시도를 막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이 국방비 증액뿐 아니라 미군의 항구 등에 대한 시설 접근권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 도발이 있을 때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도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하버드대 정치연구소(IOP)가 4일(현지 시간) 미국 젊은층에서 심각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붕괴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IOP가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18~29세 미국인 2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94%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57%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의 64%가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거나 실패했다고 답했다.제도에 대한 불신은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번 조사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지지율은 29%로 나타났고, 이는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각각 26%, 27%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공화당을 나타내는 단어로 ‘부패(corrupt)’를 꼽았고, 민주당을 대표하는 단어로는 ‘약하다(weak)’을 꼽았다.미국 젊은층들이 제도와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 배경으로는 경제적 불안감이 꼽히고 있다. 응답자의 37%가 인플레이션을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으로 골랐으며, 이는 다른 경제 이슈인 의료(15%), 주거(12%) 등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응답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정치가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젊은층들은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부모 세대보다 더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4분의 1은 ‘부모 세대보다 더 못 살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존 델라 볼페 IOP 여론조사국장은 젊은 미국인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자신들을 지탱해야 할 시스템과 제도들이 더 이상 이 세대에게 안정적이고, 공정하며,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이 민주주의, 경제, 심지어 서로에 대한 신뢰까지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브라질에서 한류 여성 팬을 상대로 한 성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이트가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3일(현지 시간) 주상파울루 한국 총영사관과 현지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한국 오빠와 데이트하세요’라는 취지의 유료 만남 웹사이트가 등장했다. 해당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오빠와 함께 K-드라마의 마법을 다시 느껴보세요!’라는 홍보 문구가 등장한다. 이어 ‘상파울루의 낭만적인 풍경 속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탐험해보세요’라며 ‘오빠를 만나 관광이나 개인적인 시간을 즐기고, 놀라운 사진을 찍으며 잊지 못할 경험을 해보세요’라고 홍보하고 있다.특히 ‘K-친밀한 경험’이라는 프로그램 홍보란에는 침대가 있는 방 사진을 올려두고 ‘모텔이나 그의 집에서 오빠와 친밀한 만남을 가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밖에 카페 투어, K-BBQ 체험, 공원 산책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홍보하고 있다.웹사이트에는 사이트의 운영과 관련된 인물로 추정되는 ‘릭 오빠’라는 사람도 등장한다. 웹사이트는 릭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섞인 매력적인 국제적인 모델로, 4개 국어에 능통하며 브라질 문화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며 ‘상파울루에 K-드라마의 매력을 현실로 가져와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주상파울루 한국 총영사관은 10월 소셜미디어에 게시글을 올려 이 같은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또 브라질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정황을 확인하고 현지 수사기관과 함께 일본계 브라질 국적 남성의 뒤를 쫓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일(현지 시간) 뉴욕 이민법원 판사 8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전했다. 해고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민자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겨냥한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NYT는 전미이민판사협회 관계자, 법무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1일 뉴욕 이민 법원에서 판사 8명이 해고됐다고 전했다. 뉴욕 이민 법원에는 34명의 판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3분의 1에 가까운 8명이 해고된 것이다. 해고된 판사 중에는 수석 보조 이민 판사도 포함돼있다고 NYT는 전했다.해고된 한 판사는 NYT에 “법원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며 “마치 월요일 오후의 대학살 같았다”고 말했다. 이민 판사를 관리하는 법무부 산하 이민심사행정국 대변인은 해고 사유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행정부가 너무 관대하다고 여겨진 판사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번 해고까지 포함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전역에서 90명의 이민 판사를 해고했다. 앞서 한국계 데이비드 김(김광수) 전 뉴욕 연방이민법원 판사도 9월 해고 통보를 받은 바 있다. 8월 해고된 카르멘 마리아 레이 칼다스 전 판사는 “지금 모든 판사들이 다음 차례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고 있으며, 그런 상황이 과연 자신들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유지한 채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판사에 대한 압박이 최근 아프가니스탄 국적자에 의해 주방위군이 피격된 사건 이후 강화됐다고 전했다. 또 뉴욕 이민 법원 내부에도 연방 요원들이 상주하면서 이민자들을 체포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 특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회동을 앞둔 가운데, 미국이 중재하는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달 3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도네츠크주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우크라이나명 포크로우스크)와 하르키우주 보우찬스크를 해방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작전 성과에 감사하다. 러시아군은 거의 모든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러시아 국방부 또한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 시내 중심부에서 러시아 국기를 펼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병참기지이자 물류 중심지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20개월에 걸친 러시아의 공습으로 핵심 고속도로와 철도 노선 등이 파괴됐다. AFP통신은 “이번 점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전선의 다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보급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쪽과 서쪽으로 추가 진격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1일 “러시아가 전선에서 압박을 가하려는 많은 시도를 하면서 이에 대해 요란한 성명을 동반할 것”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전적으로 서방을 향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방안을 둘러싼 새로운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외교적 부담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포크로우스크 점령이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FP통신은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미국 주도의 긴장된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크게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