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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대이란 강경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자가 되돌리기 어렵게 외교안보 정책의 ‘대못 박기’에 나섰다는 분석 속에 이란을 겨냥한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간)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지난해 이란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민간인 살해와 연루된 정부 관련 인사와 단체 등에 대한 제재안을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약 2주간 휘발유 가격 인상 등에 항의하며 전국적으로 펼쳐졌는데,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등 22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8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매주 새로운 대이란 제재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미 국무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이 협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2018년 5일 파기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복귀할 수 없도록 제재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취임 이래 ‘이란 때리기’ 정책을 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9월에도 이란의 핵ㆍ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27개 기관ㆍ개인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를 시행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임기가 두 달 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등 적성국에 대해 군사작전까지 전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승리 소식에 각국 정상들은 공식 외교 경로가 아니라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고 통화하는 게 관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인지라 각국 정상이 ‘어정쩡한 축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8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에게 “오늘날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함께 가자”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및 해리스 후보의 당선은 역사적인 성취”라고 적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에게 축하를 건네고 싶다”면서 “그는 일생을 이 나라(아일랜드)의 진정한 친구로 지내왔다. 앞으로 그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아일랜드계 혈통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8일 트위터에 “조 바이든 씨와 카멀라 해리스 씨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 평화, 자유 및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두고 각국 간 온도차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으며 대립 각을 세워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바이든 당선인 측에 보내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의) 행운과 성공을 빈다”면서 “만약 우리가 이 시기의 큰 도전들을 극복하길 원한다면 우리 대서양 양안의 우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활발히 친서를 주고받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뿐 아니라 북한 매체도 8일 오후까지 바이든 당선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지난해 10월 수장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잃고 급속도로 세력이 약화됐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대선결과가 빨리 확정되지 않고 있는 데다 해외 주둔 미군 철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국제 리더십 공조가 약해진 틈을 타 재건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S는 이달 2일 오스트리아 빈 총격 테러, 같은 날 아프가니스탄 카불대 자살폭탄 및 총기 난사 테러 등 곳곳에서 테러를 저지른 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올해 8월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생한 프랑스 구호단체 직원 6명과 현지 가이드 2명의 피살 역시 이들 소행이다. 비슷한 시기 아프리카 모잠비크 내 IS 추종 단체는 북부 항구 도시 모심보아다프라이아를 한때 점령했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아부함자 알 꾸라시 IS 대변인은 지지층에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서방과 이들에 동조한 사우디아라비아 내 경제 인프라를 공격하라”며 테러를 종용했다. 꾸라시가 메시지를 낸 것은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동 평화구상안에 반발하며 이스라엘 공격 의사를 밝힌 지 약 9개월 만이다. 한때 시리아의 약 절반, 이라크의 약 3분의 1을 점령하며 수니파 신정일치 국가를 자처했던 IS는 미군 주도의 국제동맹군에 밀려 차츰 힘을 잃었다. 지난해 3월 마지막 저항 거점이던 시리아 바구즈가 함락됐고 7개월 후 미군이 바그다디를 폭살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IS가 궤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인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를 거듭 공언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종파가 다른 IS 토벌에 적극 나섰던 시아파 맹주 이란이 서방 제재, 경제난, 코로나19 등으로 IS까지 손볼 여유가 없어지자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고심하는 이라크, 내전 여파가 가시지 않은 시리아 역시 IS를 뿌리 뽑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를 감안할 때 아직 중동에서만 추종 전투요원이 1만 명에 달하는 IS가 구심점만 생기면 언제든 덩치를 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9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S가 담배 밀수, 암호화폐, 인신매매 등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특히 올해 초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마스크 등 방역장비의 불법거래에도 가담했다. 미 재무부는 IS의 보유 자금이 3억 달러(약 33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당시 중앙정보국(CIA) 고위 간부였던 로버트 리처는 워싱턴포스트(WP)에 “IS는 몰락하지 않았다. 이들은 여러 곳에서 다시 출현하고 있고 이에 맞서는 국제적 동맹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고 우려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빈 테러범 쿠이팀 페이줄라이(20)의 정보를 이미 올해 7월 전달받았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 또한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슬로바키아 경찰은 오스트리아에 페이줄라이 일당이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탄약을 구매하려 하는 등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빈과 브라티슬라바는 차로 불과 약 1시간 거리다. 양국 공조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낳는다. 유럽 주요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4일 IS를 비롯한 극단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내 극우단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3일 테러 경보를 5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심각’으로 격상했다.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2일 동시다발적인 총격 테러가 발생해 용의자를 포함해 총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잇따라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유럽 전역에 ‘테러 공포’가 번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경 빈 중심가인 1구에 있는 슈테판 성당 주변을 비롯해 모르친 광장, 잘츠그리스 등 6곳에서 연이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총격이 이뤄졌다. 테러범 중 1명은 자동소총에 자살 공격용 폭탄조끼, 탄약가방을 들고 카페 등 실내로 도망가는 시민들을 쫓아가며 100여 발을 난사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 2명, 여성 2명 등 시민 4명이 사망했다. 부상자 17명 중 7명은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이후 폭탄조끼를 멘 테러 용의자는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현장에서 사망했다. 또 다른 1명은 도주해 특수부대가 추적하고 있다. 카를 네하머 내무장관은 “용의자는 최대 4명”이라며 “대테러 작전과 국경지대 검문이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빈과 인근 세인트 폴텐 일대에서 15건의 주택 습격 사건도 일어나 경찰은 테러와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빈 당국은 3일 등교 금지, 실외 활동 자제 권고를 내렸다. 현지 매체들은 “1995년 폭발물 테러로 4명이 사망한 이래 오스트리아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테러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번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동조자인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저질렀다고 내무부는 발표했다. 사살당한 용의자는 북마케도니아 난민 출신인 20세 청년 쿠이팀 페이줄라이다. 오스트리아 시민권자인 그는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가려다 적발돼 2019년 4월 징역 2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미성년 신분인 탓에 형량이 줄어 같은 해 12월 석방됐다. 테러는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오후 8시부터 야간 통금을 실시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봉쇄 전 도심에 몰린 사람들을 테러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또 테러는 빈 1구에 있는 유대교 예배당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사건 현장에서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음성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9월 유대인 공동체 지원을 확대한 점도 테러 배경일 수 있다고 이스라엘 현지 매체는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슬람 테러주의와의 전쟁은 우리 모두의 전쟁”이라며 유럽 차원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 절망 부추겨도… ▼2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무장괴한 3명이 총기를 난사해 당국 발표 기준 현재까지 최소 22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 직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이날 국립 카불대에 진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먼저 범인 1명이 자살폭탄 테러를 했고, 이후 2명이 학생을 상대로 무차별 난사를 시작했다. 당국은 즉시 진압병력을 투입해 교정을 봉쇄했고 5, 6시간의 총격전을 벌여 범인을 모두 사살했다고 밝혔다. 카불대는 정원이 약 2만5000명인 아프간 최대 규모의 대학으로 테러 당시 교정에는 1000여 명이 있었다. 특히 페르시아 도서전이 열리고 있었던 터라 아프간 주재 이란대사 등 여러 고위 관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자체 선전매체를 통해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판사, 수사관, 보안요원 등 80명의 사상자가 났다”며 당국 발표보다 사상자 규모가 크다고 주장했다. 시아파를 강하게 배척하는 IS는 그간 아프간 곳곳에서 시아파 주민을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다. ▼ 희망을 봅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유럽의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유럽 각국이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재봉쇄 정책을 단행하자 경제 악영향, 방역 피로감 등을 이유로 곳곳에서 거센 항의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일 유럽의 누적 확진자는 1017만 명을 돌파했다. 세계 전체 누적 확진자(약 4690만 명)의 22%가 유럽인이라는 의미다. 유럽의 사망자 역시 약 27만 명에 육박해 세계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체불명의 폐렴을 보고한 지 약 9개월이 흐른 올해 9월 25일경 유럽의 누적 확진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서 1000만 명까지 도달하는 데는 불과 약 5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에서 연일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의료 붕괴에 가까운 병상, 약품 품귀가 벌어지고 있지만 상당수 시민은 ‘자유를 달라’며 봉쇄령에 반발하고 있다. 야간 통금이 시행 중인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1일 시위대가 도심 곳곳에 불을 지르고 상점들을 약탈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도심 광장의 시민 수백 명이 경찰에게 계란과 유리병을 던지며 공격했다. 이탈리아의 로마 나폴리 등에서도 봉쇄령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난달 23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달 30일 전면 봉쇄령이 내려진 후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인 중국인이 보이면 공격하라’는 메시지가 소셜미디어에 확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와중에 영국 정부는 봉쇄 연장까지 추진해 상당 기간 정부와 시민의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총리에 이은 ‘내각 2인자’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1일 스카이뉴스에 “다음 달 2일까지로 예정된 봉쇄를 내년 초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자칫 의료체계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4분기(10∼12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2.3% 하락해 ‘코로나19 재확산→봉쇄→경기침체’가 반복되는 이중침체(더블딥)가 우려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중동에서도 재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4일부터 전국 31개 주 중 25개 주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학교,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을 열흘간 중단한다. 레바논 역시 1일부터 전국에 야간 통금을 발령했다. 요르단은 11일 오후 5시부터 전국 봉쇄를 시행하기로 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29일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용의자가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 21세 난민 브라힘 아우이사우이로 밝혀졌다. 그의 가방에서 이슬람 경전 꾸란 사본이 발견됐고 그가 범행 전후로 ‘신은 위대하다’라는 아랍어를 외쳐 이슬람 극단주의에 따른 테러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러 당일 니스를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군병력 확대 배치, 테러 경계등급 상향 등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의 담당 검사는 이날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우이사우이를 용의자로 지목하며 “소지품에서 꾸란, 칼 3점, 휴대전화기 2대가 발견됐다. 그가 9월 20일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이달 9일경 프랑스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아우이사우이는 이날 오전 8시 29분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가 30분간 머물다가 성당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8시 57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사망자 3명 중 아침 기도를 나왔던 여성(60), 성당 남성 경비원(55)은 목에 부상을 입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피해자(44)는 흉기에 찔린 뒤 피신하던 과정에서 숨졌다. 아우이사우이의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몽드에 따르면 경찰은 테러 전날인 28일 니스에서 아우이사우이와 접촉한 47세 남성을 체포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테러 당일 이 대성당을 찾아 “우리는 반드시 단결해야 하며 테러와 분열의 정신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그는 테러 예방을 위해 배치하는 군병력을 기존 3000명에서 700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종교시설과 학교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곳곳에서 추가 테러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최근 프랑스 내무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이 최근 프랑스 내 교회를 공격하라고 선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같은 날 리옹에서는 긴 칼로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위험 인물이 전차에 올라타려다 체포됐다. 아비뇽 인근에서도 무슬림 행인을 권총으로 위협하던 한 남성이 경찰에게 사살됐다. 세계 각국에서는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모두 트위터를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테러를 규탄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이슬람 혐오주의자’라고 비판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레바논 등 주요 이슬람권 국가도 잇따라 애도에 동참했다. 반면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95)는 트위터에 “무슬림은 과거 (프랑스가 저지른) 대량학살에 분노해야 한다. 프랑스인 수백만 명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테러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 큰 비판을 받고 있다. 트위터 측은 “폭력을 미화했다”며 이 글을 삭제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29일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용의자가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 21세 난민 브라힘 이브사위로 밝혀졌다. 그의 가방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 사본이 발견됐고 그가 범행 전후로 ‘신은 위대하다’는 아랍어를 외쳐 이슬람 극단주의에 따른 테러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러 당일 니스를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군병력 확대, 테러경계 등급 상향 등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담당 검사는 이날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우사위를 용의자로 지목하며 “소지품에서 쿠란, 칼 3점, 휴대전화 2개가 발견됐다. 그가 9월 20일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이달 9일경 프랑스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아우사위는 이날 오전 8시 29분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가 30분간 머물다가 성당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8시 57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사망자 3명 중 아침 기도를 나왔던 여성(60), 성당 남성 경비원(55)은 목에 부상을 입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피해자(44)는 흉기에 찔린 뒤 피신하던 과정에서 숨졌다. 그가 범행 전후와 체포 직후 ‘신은 위대하다’를 거듭 외쳤지만 평소 경찰에 감시받던 인물은 아니었다고 당국 측은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이 대성당을 찾아 “우리는 반드시 단결해야 하며 테러와 분열의 정신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그는 테러 예방을 위해 배치하는 군병력을 기존 3000명에서 7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종교시설과 학교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곳곳에서 추가 테러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이 최근 프랑스 내 교회를 공격하라고 선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같은 날 리스 인근 리옹에서는 긴 칼로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위험인물이 전차에 올라타려다가 체포됐다. 남동부 아비뇽 인근에서도 무슬림을 행인을 권총으로 위협하던 한 남성이 경찰에게 사살됐다. 세계 각국에서는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다음달 3일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후보는 모두 트위터를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테러를 규탄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이슬람 혐오주의자’라고 비판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물론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레바논 등 주요 이슬람권 국가도 잇따라 애도에 동참했다. 반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95)는 트위터에 “무슬림은 과거 (프랑스가 저지른) 대량학살에 분노해야 한다. 프랑스인 수백만 명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테러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 큰 비판을 받고 있다. 트위터 측은 “폭력을 미화했다”며 이 글을 삭제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이슬람 주요국 정상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지지하며 ‘이슬람 비판도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단순한 프랑스 비판을 넘어 수위 높은 발언을 통해 ‘서구 강대국과 맞서는 지도자’ 이미지를 다지고 국내 반대파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8일 개인 웹사이트에 프랑스 청소년에게 보내는 글을 게재한 후 “여러분의 대통령에게 표현의 자유가 성자(聖子)에 대한 모욕을 의미하는지 물어보라”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왜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하는 사람은 처벌하면서 이슬람 선지자에 대한 모욕을 허용하느냐. 이는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의 이성에 대한 모욕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세계인은 서로를 존중할 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예언자를 모독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가세했다. 압델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같은 날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해도 15억 명이 넘는 무슬림들의 감정이 다쳤다면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수호자를 자처하며 중동 맹주를 노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미 마크롱 대통령을 수 차례 비판했고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등도 가세한 바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각국 정상이 자국 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상대방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카타르항공이 도하 국제공항 화장실에 버려진 미숙아의 친모를 찾는다는 이유로 호주 여성 13명을 포함해 수십 명 여성 승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알몸 수색 및 자궁 검사를 벌였다.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인권침해 및 여성 경시라는 비판이 거세다. 25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달 2일 도하공항 화장실에서 미숙아가 버려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아이 엄마를 찾아야 한다’며 화장실 인근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던 호주 시드니행 항공편에 탑승했던 여성을 전부 내리게 했다. 이들은 활주로에 있던 앰뷸런스로 옮겨져 출산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등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검진에 당황한 일부 여성 승객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일부는 검사하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카타르 정부가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행 항공편의 이륙도 약 4시간 지연됐다. 다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여성들도 강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체 검사 대상 여성의 수와 국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이 엄마를 찾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호주 정부는 “승객의 동의 없이 진행된 여성의 신체검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불쾌한 조치”라며 카타르 정부에 정식으로 항의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카타르항공이 도하 국제공항 화장실에 버려진 미숙아의 친모를 찾는다는 이유로 호주 여성 13명을 포함해 수십 명 여성 승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알몸 수색 및 자궁 검사를 벌였다.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인권침해 및 여성경시란 비판이 거세다. 25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달 2일 도하공항 화장실에서 미숙아가 버려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아이 엄마를 찾아야 한다’며 화장실 인근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던 호주 시드니행 항공편에 탑승했던 여성을 전부 내리게 했다. 이들은 활주로에 있던 앰뷸런스로 옮겨져 출산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등을 받았다. 갑작스런 검진에 당황한 일부 여성 승객들은 눈물을 터트렸다. 일부는 검사하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카타르 정부가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행 항공편의 이륙도 약 4시간 지연됐다. 다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여성들도 강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체 검사 대상 여성의 수와 국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이 엄마를 찾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호주 정부는 “승객의 동의 없이 진행된 여성의 신체검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불쾌한 조치”라며 카타르 정부에 정식으로 항의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프랑스가 이슬람 통제를 강화한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인데 프랑스는 “에르도안이 도를 넘었다”고 즉각 받아치며 양국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 TV 연설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은 무슬림들과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최근 프랑스의 이슬람 통제 움직임에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소수 종교를 따르는 자국 내 신도 수백만 명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원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우선 정신 감정부터 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에서는 16일 교사 사뮈엘 파티 씨(47)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수업시간에 보여줬다는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에 희생됐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부각하는 단체를 해산하는 등 이슬람 극단 세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수 이슬람 지지층을 의식해 마크롱에 대한 ‘직접 저격’에까지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자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에르도안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터키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면서 항의 표시에 나섰다. 당분간 양국 간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터키는 그리스와 동지중해 자원 개발 권한을 두고 다투고 있는데, 최근 프랑스가 그리스와 연합 군사훈련을 펼치면서 터키와 대립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교전에서도 프랑스는 기독교권 국가 아르메니아 편에 서면서 이슬람권 국가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는 터키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북아프리카의 수단과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이슬람권 국가들과 수교 행보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국가 간의 적대관계 청산을 자신의 치적으로 과시하는 가운데 외교적 성과를 하나 추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백악관은 23일 공동성명 형태로 “트럼프 대통령과 압둘라 함도크 수단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통화를 통해 국교 정상화에 합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이스라엘과 수단의 관계 정상화와 양국의 전쟁 상태 종식에 지도자들이 합의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스라엘과 수단이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재개하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는 설명도 담겼다. 이로써 수단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각각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그 전까지는 아랍권에서 이스라엘과 수교한 국가가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뿐이었는데 이제 5개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수단은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 수니파 신도이며 아랍연맹에 속한 국가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선전포고를 했고,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수단이 경제적 실익을 고려해 국교 정상화를 결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은 앞서 19일 수단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키로 했고, 이것이 수단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사실상 이끌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국가들의 릴레이 수교를 통해 유대계 유권자 표심 결집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합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길 바라는 나라가 5개국은 더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도 그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대립 중인 이란은 24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수단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려고 몸값을 지불한 것”이라고 비난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8일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자 지역을 찾았다. 나일강변에 군데군데 자리한 초록색 옥수수밭이 눈에 띄었다. 빈민들이 소규모로 일군 불법 경작지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은 “밭이 있던 자리는 원래 강이 흐르던 곳”이라며 “최근 몇 년간 나일강 범람이 거의 없어서 속속 밭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침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에티오피아가 댐에 몰래 물을 채우는 바람에 이집트의 물이 마르고 있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2011년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 청나일강에 초대형 수력발전댐 ‘그랜드 에티오피안 르네상스’ 건설을 시작한 후 두 나라는 거세게 대립하고 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모두 약 1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구 대국인 데다 나일강이 자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 이집트·에티오피아 모두 “생존 위협” 르네상스댐은 높이 155m, 길이 1.8km에 달하는 아프리카 최대이자 세계 7위 규모의 댐이다. 공사비 48억 달러(약 5조7600억 원)가 투입됐다. 현재 공정은 약 70%이며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연간 전력 생산량 목표치는 6000MW다. 양측 갈등은 올해 7월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올해부터 르네상스댐에 물을 채우겠다. 올해 저수 목표는 49억 t이며 공사가 완료되면 740억 t의 물을 담을 수 있을 것”이란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에티오피아 최대 호수인 타나호의 저수 용량보다 3배 큰 규모다. 이로 인해 하류 수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이집트는 격렬히 반발했다. 두 나라가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고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인구의 70%인 7000만 명이 전기를 마음껏 쓰지 못하고 있다. 르네상스댐 건설로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댐이 없으면 국민 생존이 위협받는다. 댐 담수는 주권과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집트 역시 “국민의 90%가 나일강 인근에서 거주한다. 수자원이 감소하면 더 큰 타격을 입는 나라는 하류에 위치한 이집트”라고 맞선다. 농경제 전문가인 나데르 누르 엘딘 무함마드 카이로대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르네상스댐으로 인해 연간 100억 t의 수자원 손실이 예상된다”며 “토양 염분화가 심해져 농어업 종사자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환경오염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일강을 이용해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됐다는 자부심이 큰 이집트는 강의 통제권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당하다. 그간 나일강 상류의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 댐을 지으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다. 1978년 에티오피아가 처음 르네상스댐을 건설할 움직임을 보이자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에티오피아가 내전 및 에리트레아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댐 건설이 미뤄지자 양측 갈등이 잠시 잦아들었지만 르네상스댐 완공 후 두 나라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5일 에티오피아 정부 역시 “르네상스댐 주변의 드론 비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드론 촬영을 통해 댐에 관한 각종 정보가 이집트로 유출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터키 패권주의 강화로 이라크·시리아도 몸살 수자원이 부족한 중동·북아프리카에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처럼 강을 두고 대립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터키 대(對) 시리아·이라크,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시리아·요르단, 이란 대 이라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을 둘러싼 상류의 터키, 하류의 이라크·시리아 간 대립은 각국의 국내 정치 문제까지 겹쳐 갈수록 꼬이는 모양새다. 중동 패권국을 꿈꾸는 터키는 1970년대부터 낙후된 남동부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에 22개의 댐과 19개의 수력발전소를 지었다. 수자원의 70%를 두 강에 의존하는 이라크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터키 남동부에는 해안가 대도시인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에 비해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가 많다. 이들은 2003년부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에르도안 정권이 남동부 개발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1년부터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이슬람국가(IS)가 창궐하면서 시리아와 이라크 중앙정부 기능이 약화된 것도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에 대한 터키의 통제권을 강화했다. 22개 댐 중 가장 최근에 완공돼 올해 5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일리수댐은 고대 수메르문명, 로마제국, 오스만튀르크제국 등의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에 지어졌다. 2006년 에르도안 정권이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문화재 파괴 우려가 높았지만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착공식에서 “더 이상 남동부를 방치하지 않겠다. 이 댐이 지역 주민에게 큰 이익을 줄 것”이라며 댐 건설에 정치적 목적이 있음을 드러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올해 4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이라크로 유입되는 유프라테스강의 수량이 1970년대보다 40%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댐을 지어 물길을 틀어막은 터키 외에도 2014년 이라크 북부를 점령했던 IS는 일대의 주요 수자원 인프라를 파괴하고 강에 원유를 풀었다. IS가 난동을 부리는 동안 전력 인프라도 큰 타격을 입어 하수처리장 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수자원 오염만 더 심해졌다. 이로 인해 중동에서는 드물게 물이 풍부해 한때 ‘중동의 베네치아’라고 불렸던 이라크 2대 도시 바스라가 큰 피해를 입었다. 2018년 수질 오염으로 바스라에서만 약 12만 명의 시민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시리아 역시 내전 과정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급수시설을 공격하는 바람에 수자원 부족이 심해졌다.○ 물 부족으로 예멘·시리아 내전 격화 수자원 부족이 기존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례도 허다하다. 시리아에서는 내전 직전인 2006∼2011년 심각한 가뭄이 이어져 약 150만 명의 농민이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이동과 경제난으로 반정부 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자 내전 발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멘도 비슷하다. 오랫동안 부족국가 체제로 지내온 예멘에서는 수 세기 동안 주요 부족이 물과 목초지를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다. 이 와중에 2015년부터 계속된 내전으로 아직도 인구 절반인 1300만 명이 심각한 수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발발 원인으로도 수자원 분쟁이 꼽힌다. 당시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지으려 하자 안보 위협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맞서면서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으로 점령한 골란고원을 아직까지 시리아에 반환하지 않고 있다. 골란고원이 요르단강 수자원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집트 역시 나일강에 아스완댐을 건설하면서 상류의 수단과 전쟁 직전까지 갔다. 범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회(ECFR)는 “최근 곳곳에서 인구 증가 및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적 기후변화, 경제 개발에 따른 각국의 식수 산업용수 농업용수 수요 증가 등이 물 부족과 각종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집트 정치인 출신으로 아프리카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고(故) 후세인 요르단 국왕 등 중동 각국 지도자는 오래전부터 “중동의 다음 전쟁이 물을 둘러싸고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다음 세기의 석유는 물”이라며 “21세기 인류가 식품 및 에너지 부족보다 물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지금보다 더 격렬한 형태의 수자원 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현석 카이로 특파원 lhs@donga.com}

이스라엘 배우 갤 가돗(35·사진)이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마지막 왕이자 미인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 7세를 다룬 전기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되자 아랍권이 부글거리고 있다. 현재 아랍권에 속하는 이집트의 역사적인 인물을 아랍과 갈등을 겪어온 이스라엘 출신이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가돗은 이스라엘군에서 2년간 복무했고, 2014년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지하는 글을 써 아랍권에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인물. 카타르 등은 과거 가돗이 출연한 헐리우드 영화 ‘원더우먼’을 상영 금지하기도 했다. 12일 이집트 영문매체인 이집션스트리트에 따르면 가돗이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북아프리카계 혈통 여배우가 클레오파트라가 돼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화 각본을 쓴 라에타 칼로그리디스는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케도니아 그리스인 여성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부관으로 이집트를 지배한 마케도니아인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후손인 만큼 그리스계라는 게 정설로 여겨졌다. 그러나 BBC가 2009년 클레오파트라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동생 아르시노에 공주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유골을 분석했는데, 어머니가 아프리카인이라는 결과가 나와 클레오파트라가 혼혈이란 주장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가돗이 출연키로 한 클레오파트라 영화는 1963년 동명작의 리메이크 작품인데 당시에도 주연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유대교 신자에 이스라엘을 공공연히 지지해온 탓에 이집트에선 상영이 금지됐었다. 영화 촬영도 이집트 대신 대부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뤄졌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주간 무력 충돌을 빚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무력 충돌의 원인이 된 분쟁 지역의 영유권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사망자 시신과 포로를 교환하기 위해 이날 정오부터 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일 모스크바에서 휴전협정을 시작한 양국 외교장관은 10시간의 마라톤회담 끝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국 포로와 시신 교환 등은 적십자 국제위원회가 중재하기로 했다. 이번 휴전협정에서 러시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조정을 위한 국제 협의체 민스크그룹의 공동 의장국 자격으로 협상을 중재했다. 러시아는 같은 동방정교를 믿는 아르메니아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집단안보조약을 맺고 있다. 옛 소련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과도 가까운 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이번 휴전은 포로 교환 등 인도주의적인 목적에 따른 것으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조만간 실질적인 평화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력 충돌의 원인이 된 나고르노카라바흐 영유권 문제는 다음 회담 과제로 미뤘다는 것이다. 갈등의 불씨가 그대로 남은 만큼 양국 간 긴장은 여전하다. 실제 양국은 휴전협정이 발효된 지 몇 분 만에 상대국이 합의를 어겼다며 날을 세웠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군이 휴전이 발효된 10일 정오를 몇 분 지난 시점에 남부 카판 마을을 포격해 민간인 2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공격설을 부인하며 오히려 자국 도시 간자 주거지에 아르메니아군 미사일이 떨어져 9명이 숨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국이 분쟁을 벌이는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이나,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하는 지역이다. 1992∼1994년엔 양국이 이 지역을 두고 전쟁을 치르는 등 소련 해체 이후 30년간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난달 27일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무력 충돌해 양측에서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BBC는 전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각국이 느슨해졌던 방역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프랑스 러시아 네덜란드 등 주요국의 일일 확진자 기록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0일 현재 유럽에서 가장 확산세가 빠른 나라는 프랑스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내 확진자는 전날 대비 2만6896명이 늘어 일일 확진자 수 최다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일일 확진자가 인도, 미국, 브라질에 이어 4번째로 많다. 프랑스는 전날 2만339명으로 처음으로 2만 명 선을 넘어선 데 이어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앞서 이달 3일(1만6972명)과 7일(1만8746명)에도 일일 확진자 최다를 기록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최다 일일 발생자 기록을 세우고 있다. 프랑스의 총확진자는 71만8873명, 사망자는 3만2684명으로 늘었다. 러시아 역시 9일과 10일 각각 신규 확진자 1만2126명, 1만2846명이 발생해 이틀 연속 기록을 새로 썼다. 네덜란드는 10일 6499명, 스위스는 9일 1487명으로 역대 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최고 기록을 깼다. 이탈리아의 10일 확진자는 5724명으로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3월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6일(2677명), 7일(3678명), 8일(4458명), 9일(5372명) 등 확진자 증가세가 빠르다. 영국도 이달 들어선 이틀을 제외하곤 모두 하루 신규 감염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서 집계한 유럽 전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93만364명에 이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각국은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3~5월 대유행 당시 강력한 봉쇄책으로 추가 확산을 막았지만 휴가 시즌을 지나면서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최근 일부 대도시에서 술집 폐쇄령을 내린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고령층에게 많은 제한이 필요하다”며 추가 조치를 시사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수가 참여하는 모임을 제한하는 등 제한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12일 피해 정도를 3단계로 구분해 일부 지역 술집·식당 영업을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91세, 83세, 80세. 지난달 서거한 쿠웨이트 전 국왕, 자리를 물려받은 현 국왕, 이달 새로 지명된 왕세제 나이다. 가문간의 왕권 경쟁 탓에 후대 세습을 두고 미묘한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일단 안정을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던졌다. 전임 국왕과 현 국왕, 새 왕세제 지명자는 이복형제간이다. 알자지라는 7일(현지 시간)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쿠웨이트 신임 국왕이 신임 왕세제로 이복동생 셰이크 메샬 알아흐마드를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8일 오전 쿠웨이트 의회의 추인을 받아서 정식 왕세제로 임명된다. 쿠웨이트는 국왕이 의회 해산권과 총리 지명권을 가질 만큼 절대 권력을 행사하지만, 국왕 취임과 왕세제 임명에도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바흐 알아흐마드 알사바흐 국왕이 건강 악화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지자 왕세자인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국왕이 왕위를 바로 승계했다. 쿠웨이트는 헌법상 왕세제 지명을 1년 안에 해야 하는데, 통상 신임 국왕이 취임한지 한 달 정도엔 왕세제를 발표해 불확실성을 없앴다. 신임 셰이크 메샬 알아흐마드 왕세제 지명자는 1960년대 쿠웨이트 내무부에서 국가안보 분야 수장으로 근무했고, 2014년엔 국가수비대 부대표로 군사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간 인사다. 그를 두고 알자지라는 “어떤 종류의 스캔들에도 연루된 적 없고, 별다른 잡음이 없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동안 정치 분야서 별다른 야심을 드러내지 않은 무색무취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달 전임 사바흐 알아흐마드 알사바흐 국왕을 따라 미국에 따라갔을 만큼 형제간 우애도 돈독한 편이다. 이번 왕세제 임명이 현 국왕이 자신의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의미가 강하다는 시각이 많다. 83세 고령임에도 실권자에 권력을 바로 넘기기 보다 자신이 직접 주도권을 쥐고 정국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주로 국가 안보에 치중해온 왕세제가 국내 문제에 대핸 조언자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어수선한 국내 분위기를 다잡으며, 고령인 현 국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알자지라 등은 전 국왕의 장남이자 개혁파로 통하는 셰이크 나세르 사바 전 국방장관(72)을 왕세제에 오른 뒤 실권자로 나설 가능성도 점치기도 했다. 셰이크 나세르 사바 전 국방장관은 전 국왕 체제에서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탈피해서 산업 다각화를 꾀하는 ‘비전2035(뉴쿠웨이트 전략)’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현 국왕은 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외교상으론 기존 친미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존 석유 중심 경제 구조 등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안정을 지향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진다. 이번 왕세제 임명을 통해서 현 국왕 가문인 자베르 가문의 우위를 보다 공고하게 다졌다는 의미도 있다. 쿠웨이트는 근대 건국의 아버지 무바라크 대제 두 아들인 자베르와 살렘 가문이 교대로 세습하는 체제였는데, 자베르 가문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이와 같은 원칙이 깨졌다. 2006년 살렘 가문에서 왕위가 나올 차례에서 살렘 가문을 대표하는 왕세제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가 국왕에 즉위한지 건강상의 이유로 9일만에 퇴위하자 다시 자베르 가문이 왕권을 잡았고, 이후 이복형제간 왕위 세습을 이어가게 됐다. 살렘 가문은 내각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강한 만큼 이들의 눈치를 보진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번 이복형제 왕세제 지명을 통해 가문간 교대 세습 원칙을 확고하게 깨면서, 후대로 왕위를 계승할 명분을 쌓았다는 해석도 나온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서 올해 8월에 일어난 폭발 당시 TNT(고성능 폭약) 500~1100t 규모 폭발이 이뤄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폭발 규모와 비교해도 20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다. 5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셰필드대 구조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학술지 쇼크웨이브에 게재했다. 연구에 참여한 샘 릭비 박사는 “베이르트서 벌어진 폭발은 대형 재래식 무기와 비교해도 10배는 더 강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폭발규모로 따지면 재래식 무기 폭격과 핵무기 사이 수준에 이르는 폭발이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지난 베이루트 폭발 참사가 핵 무기와 소행성 충돌 등을 제외하고 벌어진 우발적·비자연적 폭발 중에선 인류 역사상 10위권에 해당하는 대형 폭발이었다고도 설명했다.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1917년 12월 6일 캐나다 동부도시 헬리팩스 항구에서 인화물질을 실은 프랑스 화물선 몽블랑 호와 노르웨이 화물선 이모 호간의 충돌로 벌어진 폭발 사고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당시 폭발 규모는 TNT로 최소 3200t에 해당됐다. 해당 사고는 확인된 사망자만 1963명에 달했다. 연구진은 베이루트 폭발 참사는 폭발 규모는 헬리팩스 항구 참사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지만, 2000년 이후로만 놓고 보면 최대 규모 폭발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소셜미디어에 나온 건물 피해 영상 등을 보고 건물의 피해 정도를 확인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셰필드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폭발 사고에서 건물이 느끼는 부하를 분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견디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진행했다고 밝혔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미국이 이라크서 자국 대사관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힌 뒤로 이라크 정국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측에서 이라크 정부에 자국민 안전 보장을 이유로 반미 세력 억제를 요구하자, 친(親)이란 성향 민병대가 자극을 받아 공격을 되레 늘려갈 조짐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간) 미군이 주둔중인 바그다드 공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로켓 발사 공격이 2차례 이뤄졌다. 로켓은 공항이 아니라 민가에 떨어져 일가족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이날 현지 경찰은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가 벌인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입헤즈볼라(KH)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심해진 뒤로 주기적으로 미국 대사관을 비롯해 각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소위 ‘그린존’과 미군 주둔 바그다드 공항을 노린 공격을 감행해왔다. AFP통신은 “(최근 1년 기준) 미군 기지나 인사를 노린 로켓 및 폭탄 공격이 최소 39차례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친이란계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화염병 등으로 습격한 데 이어, 미군이 올해 1월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로 제거하며 반격에 나서자 양측 간 대립이 격화됐다. 즉각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바그다드 북부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그린존에 이란과 친이란계 민병대의 로켓 공격이 이뤄지면서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불거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겨냥한 군사 보복 대신 경제 제재 방침을 밝힌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대사관과 미군 기지를 노린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올 3월 12일에도 바그다드 북부 미군 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아 미군 1명 등 총 3명이 숨지기도 했다. 28일 바그다드 공항을 겨냥한 로켓 공격은 미국이 자국민 위협을 이유로 대사관 철수까지도 고려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에 이뤄졌다. 27일 워싱턴포스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날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를 만난 자리서 미국인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만약 지금과 같은 위협이 지속될 경우 대사관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라크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20일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서도 대사관 철수 가능성을 알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 직후 이라크 대변인실은 “미국 정부가 다시 철수 계획을 고려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나섰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라크 알카드히미 총리가 유럽 국가들에 “미국이 대사관 철수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친이란 민병대 세력 확대를 경계하는 가운데 KH 추정 단체가 바그다드 공항을 공격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란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축출된 이래, 이라크 내 시아파 세력에 자금줄을 대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현재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 정부군에 맞먹을 정도로 세력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대사관 철수 발언을 두고서, 미국이 중동 영향력을 줄이려는 전략적 판단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서 자국민 보호 등을 이유로 임기 중 중동서 미군을 감축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연장선상에서 대사관 철수 등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달 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국은 이라크 주둔 병력을 이달 중 52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라크 내 한 시아파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 철수를 통해 미 대선 전에 해외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당혹스러운 논란과 잡음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사관을 철수한 뒤 적극적으로 친이란계 무장세력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가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가 ‘빨랫감’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세탁물을 잔뜩 싸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자국 내에서 본인의 세탁비 처리가 문제가 되다 보니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할 때마다 과도할 정도로 많은 세탁물을 가져와 공짜 세탁 서비스를 받아가는 통에 백악관 직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에 올 때 빨아야 할 옷들을 함께 가져오는 유일한 외국 정상”이라며 “몇 차례 그를 맞이해본 결과 의도적으로 세탁물을 가져오는 게 명백하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에게 무료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보통 빠듯한 일정 중에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국 정상은 거의 없다고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전에도 세탁비 때문에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2016년에는 자신의 세탁비가 대중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승소한 뒤 자신의 세탁 비용을 비공개 처리해 비판을 받았다. 2018년엔 네타냐후의 전 보좌관인 니르 하피즈가 “총리 부인이 총리실 비용을 숨기기 위해 세탁물을 해외로 가져간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